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청와대가 전투·비전투병을 포함한 군사적 기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정치권의 공방도 거세졌다. 호르무즈 해협은 우리 경제와도 직결된 곳이다. 한국은 에너지 수입과 해상 물류 측면에서 중동 정세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따라서 이 문제를 단순한 안보 논쟁이나 정쟁의 소재로만 다뤄서는 안 된다. 파병 여부에 따라 국가 안보뿐 아니라 경제와 국민 안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보다 신중하고 책임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의사 결정 과정이 불투명해지는 것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 우리 군의 해외 파병과 관련된 사안이라면 정부가 어떤 판단을 하고 있는지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익명의 관계자를 통해 검토 사실만 흘리는 방식으로는 국민적 신뢰를 얻기 어렵다.
국민의힘은 이를 두고 정부가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간 보기 외교’를 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명확한 기준과 판단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특히 ‘전투병’과 ‘비전투병’의 구분만으로 국민적 우려를 잠재우기는 어렵다. 실제 현장에서 우리 군이 어떤 임무를 수행하게 되는지, 위험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만일의 사태에 대한 대응책은 무엇인지 등을 구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파병 결정이 이뤄진다면 국회와 국민을 상대로 충분한 설명과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 정치권 역시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정부의 설명이 부족하다면 야당은 구체적인 자료와 근거를 요구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정부를 공격하기 위해 과도한 표현을 사용하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안보와 외교 문제까지 정쟁으로 소비한다면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국민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파병 찬성’이나 ‘파병 반대’라는 진영 논리가 아니다. 어떤 선택이 대한민국의 국익과 국민 안전을 가장 잘 지킬 수 있는지 냉정하게 따지는 일이다. 정부는 미국의 요구와 이란의 반응, 경제·안보에 미칠 영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그 내용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호르무즈 파병은 여론을 떠보며 결정할 사안도, 정치적 유불리를 따질 사안도 아니다. 한번 내려진 결정은 우리 군의 안전과 국가의 외교·안보 방향에 장기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부가 진정으로 국익을 우선한다면 ‘간 보기’라는 의심을 살 수 있는 방식에서 벗어나 명확한 원칙과 책임 있는 설명을 바탕으로 결론을 내려야 한다. 국가의 중요한 결정일수록 국민에게 숨길 이유가 없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이 충분한 정보를 공개하고 사회적 논의를 거쳐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하는 것, 그것이 지금 필요한 외교와 안보의 자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