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일본에 반도체 생산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구체적인 투자 계획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전력과 용수가 풍부한 곳이라면 일본 전역을 대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발언은 의미가 크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메모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 거점을 다변화하고 글로벌 공급망을 확대하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 산업은 이제 한 나라의 산업만으로 경쟁하기 어려운 시대에 접어들었다. AI와 데이터센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안정적인 생산능력과 공급망 확보가 기업 경쟁력의 핵심이 됐다. 미국과 일본 등이 한국 반도체 기업의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SK하이닉스가 일본을 새로운 생산 거점 후보로 검토하는 것은 오히려 글로벌 기업으로서 당연하고 적극적인 행보다. 일본에는 반도체 소재·장비 기업과 연구·인재 기반이 있고, SK하이닉스와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기업들도 있다. 일본 내 고객사와 협력사와의 네트워크를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충분한 전략적 의미가 있다.
국내 각계각층에서도 이를 긍정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SK하이닉스의 해외 생산거점 확대를 국내 반도체 산업의 위축으로 단순하게 해석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를 확대해 시장 접근성을 높이고 공급망을 안정화한다면 SK하이닉스의 경쟁력은 더욱 커질 수 있다. 글로벌 경쟁력이 높아진 기업이 국내 연구개발과 생산 생태계에도 더 큰 힘을 보탤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한국 기업이 세계 곳곳으로 뻗어나가는 것은 두려워할 일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세계 시장에서 더 강한 기업을 만드는 것이다. SK하이닉스의 일본 팹 검토가 AI 시대 메모리 시장을 선점하고 한국 반도체의 경쟁력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는 새로운 도약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