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119달러짜리 갓은 왜 19달러가 되었을까?

미국 미네소타주에 사는 사촌 동생이 9월 초에 있을 딸의 결혼식에서 미국인 사위와 사돈어른이 한복을 입고 갓을 쓴다고 하기에 지난 목요일 급히 광장시장에 갔다. 예전에는 종로 만물상에서 주로 판매했으나 킹덤 이후에는 갓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 광장시장에서도 갓을 판다. 물론 형태만 갓이고 그나마 국내에서 만든 갓이라 비교적 멀리서 보면 그럴싸하다.
갓은 매시 소재가 1겹~3겹에 따라 가격은 20,000~50,000원, 갓끈은 13,000원, 인조가죽으로 만든 갓집은 55,000원 정도이다. 나는 2겹짜리 갓 2개에 갓끈을 달아 갓집에 함께 넣어 우체국으로 갔다. 아뿔싸 우체국에서 파는 5호짜리 큰 박스에도 넣을 수 없어 28,000원을 주고 안전하게 박스 포장을 해서 부치려니 송료가 286,000원이라고 한다. 어쩔 수 없이 사촌 동생에게 급히 연락하여 그냥 아마존에서 사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갓은 일명 흑립(黑笠)이라 하고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남자들의 쓰개이다. 갓은 정수리를 덮는 대우(모자)와 해를 가리는 양태를 각각 만들어 이를 한데 모아 입자가 된다. 예로부터 제주도와 통영은 망건, 탕건 외에도 갓의 특산지로 유명한데 지금도 말총으로 모자를 만드는 총모자장, 양태를 만드는 양태장, 그것을 결합하여 갓을 만드는 입자장은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되어 그 맥을 이어가고 있다.

 

갓의 역사는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특히 조선시대에는 대우의 형태와 높이, 양태의 넓이, 재료의 다양한 변화가 있었기에 갓을 단서로 시대를 유추할 수도 있을 정도다. 15세기에는 대우가 둥글고, 16세기에는 대우가 높고 모정이 뾰족하며 양태는 좁다. 17세기에는 대우가 낮고 양태도 좁아지고 18세기가 되면 대우의 높이와 양태가 모두 크다. 심지어 양태의 지름이 65~66㎝에 이르러 문을 드나들기조차 힘들었다고 한다. 또한 무릎까지 내려오는 갓끈과 갓끈의 재료는 남자들의 사치품이었다. 19세기 말에 이르러 모정과 양태가 작아졌고 20세기 초에 의제개혁과 단발령이 내려지면서 중절모가 갓의 자리를 대신했다.

 

2020년 중국 드라마에 등장한 망건과 갓이 한동안 논란의 중심에 있더니 「킹덤」으로 다시 인기를 얻어 이베이와 아마존에서 19달러에 팔리던‘Korean Gat Hat’은‘킹덤모자’라는 이름으로 119달러에 판매되고 한동안 한류 상품으로 떠올랐다. 현재는 19~29달러 정도면 살 수 있다.

 

시선을 끄는 것은 상품평이었다. “할로윈에 맞춰 아들 모자를 주문하느라 배송비 73달러를 냈는데 찢어졌어요”“세상에서 가장 저렴한 재료인데 52달러의 비용이 청구되고 있습니다”, “14세 이상이라고 적혀 있지만 성인이 사용하기에는 너무 작습니다”, “50달러 가치도 안돼요. 하루 만에 망가졌는데, 가장자리가 찢어져 테두리가 튀어나왔고. 배송 패키지에 접어서 넣어 형태가 변형되어 왔습니다”.“성인에게 맞는 것은 거짓말입니다.이건 말도 안 되게 작습니다”

 

「킹덤」이 갓을 세계에 알린 것은 엄청난 기회였다. 물론 외국인들은 갓을 서양의 모자처럼 푹 눌러쓰는 것으로 판단하여 손자에게나 맞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조선 후기 이덕무는 『청장관전서』에서 갓을 앞으로 숙여 쓰지 말고 뒤로 젖혀 쓰지 말라 등, 제대로 갓 쓰는 방법을 제시하였다. 망건의 이마 중심 위쪽에 갓을 고정하기 위해 풍잠을 다는 것을 보더라도 갓은 푹 눌러쓰는 것이 아니다.
문화상품의 가치는 그 문화에 대한 신뢰와 함께 올라가기도 떨어지기도 한다. 이제는 그저 상품을 팔기만 할 것이 아니라, 상품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곁들이는 것도 상품의 신뢰와 문화적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