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인엽 교수는 내가 한국교원대학교의 총장으로 재직하던 시절에 강의에 초빙한 인연이 있다. 우리 학교는 유초등교사로부터 중고등 교사까지 모두 배출하는 교원종합대학이다. 전국에서 현직교사를 가장 많이 배출하고 있다. 그런 만큼 교육현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성실하고 폭넓고 진취적으로 활동하도록 많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마침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서 정년퇴직하며 그가 『우리의 일터는 5대양 6대주다』와 『시로 노래하는 세계여행』을 펴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예비교사들에게 드넓은 세계관을 심어줄 수 있겠다 싶어 강의를 부탁했던 것이다.
송인엽 교수는 국제협력 과목을 개설하고 학생들과 열정적으로 토론하며 재미있고 유익하게 강의를 운영하였다. 그 뒤 강의 경험을 바탕으로 『국제협력과 인류공영』을 집필하고 『청춘 데카메론』을 출판하기도 했다. 강의와 집필을 통해서 그는 공부 1등은 행복의 충분조건이 아니지만, 사랑 1등은 행복의 충분조건이라는 지론을 펼치며 청년 학생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그런 그가 최근 기존의 이력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는 『니체, 짜라투스트라의 노래』라는 철학 책을 내놓았다. 나는 정치철학 전공이기에 니체에 대해서는 깊이 천착한 바는 없다. 다만 미국 유학 시절에 지도교수셨던 석학 승계호 선생님께서 니체를 문화주제학적으로 해석하셨기에 귀동냥은 조금 한 처지다. 그런 아마추어의 눈으로 살펴보아도 심상치가 않다. 송 교수가 고교시절부터 니체에 관심을 갖고 곱씹어온 경륜이 그대로 드러난 탓이다. 차가운 이성의 영역에 머물던 니체의 언어를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읽어내 책을 따뜻하고 서정적인 시어로 가득채웠다.
놀라운 것은, 니체를 완전히 새롭게 조명해 내고 있다는 점이다. 흔히들 니체를 어렵고 과격하며 염세적인 철학자로 여기고, 철학에 관심이 있는 이들조차 그를 인간의 의지와 초인을 설파한 철학자 정도로 기억한다. 그러나 송인엽 교수는 통념을 뛰어넘어, 니체를 인류의 ‘제5대 성인’ 반열에 올려놓고 있다. 얼핏 낯선 독해인 셈인데, 고개를 갸웃하며 따라 읽다 보면 고개가 끄덕여지기시작 한다.
송 교수는 KOICA 창립 멤버로서 40여 년간 현대 문명의 최전선에서 양지와 음지를 모두 몸소 체험하고 깨달은 듯, 니체에게서 21세기 문명의 타개책을 찾고 있다. 그는 AI가 윤리적 판단까지 대행하며 정신적 아노미에 빠져 들어가고 있는 인류에게는 “신은 죽었다”고 외치며 낡은 우상을 망치로 깨부순 니체야말로 인간의 존엄성과 주체적 의지를 회복시킬 ‘삶의 파수꾼’이 아니겠냐고 외친다.
이 책의 백미는 단연 동서양의 지성사를 한자리에 모아놓은 극적 구성에 있다. 송 교수는 문학적 상상력과 시적 혜안으로 세계 지성계의 대표적인 네 성인들을 천상의 한 성소에 모았다. 비판적 지성으로 진리를 구원한 소크라테스, ‘인(仁)’의 따뜻한 품으로 삶을 감싸 안은 공자, 집착을 끊어내 고통의 번뇌를 해소한 부처, 무조건적인 사랑을 실천한 예수와 실존적 고독과 고통을 ‘운명애(Amor Fati)’의 불꽃으로 이겨낸 니체가 한 자리에 앉았다. 그들이 한 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눈다는 설정 자체가 신선하고 흥미롭다.
요즘 유럽은 물론 한반도에도 40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땀이 비오듯 하는데, 기후변화가 어디에 이를지 걱정거리다. 그래도 『니체, 짜라투스트라의 노래』를 읽으며 납량특집을 보듯 더위를 까맣게 잊고 지냈다. 강호 제현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