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1 김아름 기자 | 등록금 걱정 없이 대학에 다닐 수 있다는 말만큼 반가운 정책도 드물다. 특히 지방국립대의 경쟁력을 높이고 수도권으로 향하는 청년들의 발길을 지역으로 돌리겠다는 취지라면 정책적 명분도 충분하다. 문제는 ‘등록금 0원’이라는 혜택 뒤에 따라붙는 청구서다.
정부는 내년부터 지방국립대 신입생의 등록금을 전액 지원하고 2030년에는 전 학년으로 대상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내년 사업에만 2130억원이 투입되고, 이후에도 매년 약 2000억원이 들어갈 예정이다. 정부 설명대로 기존 국가장학금 예산을 감안하면 순증 재원은 이보다 적지만, 지원 대상이 신입생에서 전 학년으로 확대되면 매년 반복적으로 재정을 투입해야 하는 구조가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첫해 예산’이 아니다. 한번 시작한 무상 지원을 중단하거나 축소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이다. 올해는 신입생, 내년에는 1·2학년, 이후 전 학년으로 지원 범위가 넓어지면 장학금은 일회성 사업이 아니라 지속적인 재정 지출 항목으로 자리 잡는다. 지방대 육성이라는 정책 목표가 분명하더라도 재정 여건이 악화됐을 때 출구전략을 마련하기 어려운 이유다.
더구나 등록금 지원만으로 지방대의 경쟁력이 자동으로 높아지는 것도 아니다. 학생들이 지방국립대를 선택하는 이유는 등록금뿐 아니라 교육의 질, 취업 기회, 정주 여건 등에 달려 있다. 등록금을 국가가 대신 내주는 데 그치고 대학의 교육·연구 경쟁력과 지역 일자리 개선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고도 수도권 집중을 막지 못할 수 있다.
형평성 문제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지방국립대에는 사실상 등록금 전액을 지원하면서 같은 지역의 지방사립대에는 별도의 장학금 제도를 적용하는 방식이 대학 간 경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지켜봐야 한다. 특정 대학에 대한 지원이 다른 대학의 학생 유출과 재정 악화로 이어진다면 지역 대학 전체를 살리겠다는 정책이 오히려 양극화를 키울 가능성도 있다.
결국 핵심은 ‘얼마를 쓰느냐’보다 ‘쓴 돈이 무엇을 남기느냐’다. 지방국립대가 우수 학생을 유치하고 지역 산업과 연계해 취업과 정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어낸다면 등록금 지원은 미래에 대한 투자로 평가받을 수 있다. 반대로 단순히 등록금 부담만 덜어주는 정책에 머문다면 매년 반복되는 재정지출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청년에게 등록금 부담을 덜어주는 것은 분명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정책의 지속 가능성 역시 청년에게 물려줄 미래의 일부다. ‘등록금 0원’이라는 현재의 혜택만큼이나 그 비용을 앞으로 누가, 얼마나 오랫동안 부담할 것인지에 대한 재정 청사진이 함께 제시돼야 한다. 결국 좋은 복지는 오래 지속될 수 있을 때 비로소 정책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