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산업계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111일간의 교섭과 파업 끝에 잠정합의안을 마련했지만, 그 과정에서 생산 차질 규모가 2조3000억원에 달했다. SK하이닉스에서는 노사가 마련한 임단협 잠정합의안이 불과 25표 차이로 부결돼 재협상에 들어갔다. 성과급의 60%를 자사주로 지급하는 방안이 핵심 쟁점이었다. 성과에 따른 보상은 당연히 필요하다. 기업이 좋은 실적을 냈다면 그 과실을 근로자와 공유하는 것은 노사 신뢰를 높이고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중요한 수단이다. 문제는 성과급의 수준과 지급 방식을 둘러싼 갈등이 파업과 생산 차질로 이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
특히 지금은 과거와 상황이 다르다. 반도체·자동차·조선·철강 등 우리 주력 산업은 글로벌 기업들과 사활을 건 경쟁을 벌이고 있다. 기업들은 인공지능(AI), 로봇, 전동화 등 산업 구조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막대한 연구개발과 설비투자를 동시에 감당해야 한다. 이런 때마다 임금과 성과급을 둘러싼 갈등으로 생산라인이 멈춘다면 기업의 경쟁력뿐 아니라 근로자들의 일자리 기반까지 흔들릴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파업하면 더 얻는다’는 인식이 굳어지는 것이다. 현대차의 사례처럼 장기간 교섭과 파업을 거쳐 상당한 수준의 보상안이 마련되는 과정이 반복되면 노사협상이 생산성과 미래 경쟁력보다 단기적인 분배 규모를 놓고 힘겨루기하는 구조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
기업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성과급 산정 기준이 불투명하거나 해마다 기준이 달라진다면 직원들의 불신을 키울 수밖에 없다. 경영진이 회사의 실적과 성과급 재원, 향후 투자계획 등을 충분히 설명하고 예측 가능한 보상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노조도 이제 ‘더 많이 받는 것’만을 성과로 삼아서는 안 된다.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 가운데 얼마를 임금과 성과급으로 나눌지 못지않게 얼마를 미래 투자에 남길 것인지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글로벌 경쟁에서 기업이 밀리면 성과급 재원 자체가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노사 갈등을 기업과 노조 사이의 문제로만 방치해서는 안 된다. 파업으로 생산이 멈추고 공급망과 협력업체까지 피해를 입는다면 그 비용은 결국 산업 전체가 부담한다. 성과 배분의 투명성을 높이고 합리적인 임금체계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한편, 불법적인 생산 차질에는 원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노사가 ‘올해 얼마를 더 가져갈 것인가’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10년 뒤에도 이 회사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를 함께 따져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파업을 통해 협상력을 키우는 노사관계가 아니라 성과가 커지면 보상도 커지고, 미래 투자가 늘면 일자리와 임금도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다.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골든타임을 노사 갈등으로 허비해서는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