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갈등으로 물든 산업계…‘파업 무기화’에 경쟁력 비상

시사1 장현순 기자 | 삼성·SK하이닉스에서 시작된 성과급 갈등이 자동차·조선·철강·플랫폼 등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노조가 성과급 산정 방식과 지급 규모를 둘러싸고 파업 등 단체행동을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기업들의 생산 차질과 비용 부담이 커지는 모습이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노사 갈등 장기화가 국내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노사는 이날 월 기본급 10만원 인상과 성과금 400%+1270만원 등을 담은 2026년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장기간 이어진 교섭이 일단락됐지만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은 상당한 규모로 불어났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21일 10년 만에 8시간 전면파업을 벌이는 등 누적 60시간의 파업을 진행했다. 이에 따른 생산 차질은 약 5만5200대로 추산되며 매출 손실 규모는 2조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임금협상이 타결 국면에 들어섰지만 파업 과정에서 발생한 생산·매출 손실은 고스란히 기업의 부담으로 남게 됐다.

 

성과급을 둘러싼 갈등은 반도체 업계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SK하이닉스 노사가 마련한 2026년도 임금 및 단체협약 잠정합의안은 이날 노조 전자투표에서 반대 50.08%로 부결됐다. 찬반 격차는 25표에 불과했다. 잠정합의안에는 기본급 6.3% 인상과 함께 초과이익분배금(PS)의 60%를 자사주로 분할·이연 지급하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성과급 지급 방식을 둘러싼 노조 내부 이견을 넘지 못하면서 노사는 다시 원점에서 협상을 이어가게 됐다.

 

조선업계에서도 성과급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파업 수순으로 번지고 있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날부터 파업 찬반투표에 들어갔다. 중앙노동위원회가 전날 2차 조정회의에서 조정 중지를 결정하면서 노조가 쟁의권 확보 절차에 들어간 것이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영업이익의 최소 30%를 성과로 공유하고 기본급 14만9600원과 상여금 100%를 인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노사는 지난 6월 2일 상견례 이후 15차례 교섭을 진행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HD현대 계열사 가운데 HD현대일렉트릭과 HD현대건설기계도 쟁의 절차를 밟고 있다. HD현대삼호와 한화오션 노조,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 역시 성과급 산정 기준 개편을 주요 교섭 의제로 제시하고 있다.

 

철강업계에서는 포스코 노조가 파업 가능성을 열어뒀다. 포스코 노조는 기본급 7.1% 인상과 격려금 600% 등을 요구하고 있다. 요구안이 전액 수용될 경우 회사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약 1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창사 58년 만에 첫 파업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산업계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성과 보상 갈등은 플랫폼 업계로도 번지고 있다. 네이버 노조는 본사와 주요 독립법인·자회사 간 처우 격차 해소와 실적 연동 성과급 산정 기준 공개, 본사 주도의 통합 단체교섭 등을 요구하며 단체행동 수위를 높이고 있다. 카카오 노조 역시 비상경영과 사업 재편 과정에서 카카오뱅크 등 금융 계열사와 주요 자회사의 임금 인상률 책정 방식에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투명하고 공정한 성과 보상 시스템 구축을 요구하면서 노사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성과에 따른 합리적인 보상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하면서도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파업이 반복될 경우 기업의 투자 여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재계 관계자는 “자동차·조선·철강·반도체 등 수출 주력 산업은 생산 차질이 곧바로 납기 지연과 매출 감소, 고객 이탈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며 “성과급을 둘러싼 갈등이 개별 기업의 임단협을 넘어 산업 전반의 생산성과 투자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