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사람의 바다] 넘어뜨린 뒤 다시 손을 내미는 것

‘바다로 간 대통령’에는 정치와 역사만 있는 것이 아니다. 씨름이 있고 노래가 있으며, 가족과 어머니가 있고 기도가 있다.

 

서로 다른 소재처럼 보이지만 이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정서가 있다. 사람과 사람이 어떻게 관계를 맺고, 상처를 견디며, 다시 손을 내밀 것인가 하는 문제다.

 

작가가 씨름에 주목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씨름은 상대를 넘어뜨려야 하는 승부다. 하지만 승부가 끝나면 넘어진 상대에게 손을 내밀어 다시 일으켜 세운다. 치열하게 겨루더라도 상대를 영원한 적으로 남겨두지는 않는다.

 

이 정신은 작품이 바라보는 화해와 용서의 의미와 연결된다. 중요한 것은 누가 상대를 넘어뜨렸느냐만이 아니라, 승부가 끝난 뒤 그 사람에게 어떤 손을 내미느냐는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삶에도 치열한 정치적 경쟁과 갈등이 있었다. 그러나 작품이 관심을 두는 곳은 경쟁의 승패만이 아니다.

 

마지막에 어떤 관계를 선택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노래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진도아리랑’, ‘쑥대머리’, ‘목포의 눈물’, ‘고향의 봄’ 등 여러 노래가 작품 속에 등장한다.

 

작가는 한 시대를 정치와 사건만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본다. 그 시대 사람들이 무엇을 부르고, 무엇을 들으며 울고 웃고 견뎠는지도 역사이기 때문이다.

 

노래 한 곡에는 역사책 여러 페이지로 설명하기 어려운 시대의 감정이 담긴다. 정치적 사건은 시간이 흐르면 기록으로 남지만 노래는 수십 년이 지나도 그 시대의 마음을 다시 불러낸다.

 

그래서 음악과 문화는 장식이 아니다. 사람과 시대, 고향을 이어주는 또 하나의 언어다.

 

가족 역시 작품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한 사람을 이해하려면 대통령이 된 이후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어떤 가정에서 자랐고, 부모에게 무엇을 배웠으며, 가족이 그의 삶을 어떻게 함께 견뎠는지를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김대중 대통령의 어머니가 보여준 자식에 대한 믿음과 교육열, 희생은 작품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대통령의 삶에 있었던 투옥과 사형선고의 고통 역시 한 사람에게서 끝나지 않는다. 이희호 여사와 자녀들도 기다리고 두려워하고 견뎌야 했다.

 

그래서 작품은 그들을 정치인의 가족으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함께 아파하고 함께 견딘 사람들로 바라본다.

 

기도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베드로의 용서에 대한 질문, 요나와 욥, 다윗의 기도 등 성경에서 받은 정서가 작품 속에 녹아 있다. 기도는 인간이 자기 힘만으로 버티기 어려운 순간 무엇을 붙잡는가를 보여준다.

 

결국 씨름과 노래, 가족과 기도는 서로 다른 소재가 아니다. 넘어진 사람에게 손을 내미는 것, 노래를 통해 시대의 마음을 기억하는 것, 가족의 고통을 함께 견디는 것, 절망 속에서 다시 일어설 힘을 찾는 것.

 

모두 인간이 인간으로 살아가는 방식에 관한 이야기다.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는 결국 화해와 용서로 향한다.

 

작가가 바라보는 용서는 상처를 지우는 것이 아니다. 고통을 없었던 것으로 만드는 것도 아니다. 상처를 기억하면서도 증오에만 머물지 않고 다시 사람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다.

 

씨름에서 상대를 넘어뜨린 뒤 다시 손을 잡아 일으켜 세우는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