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윤양노 교수의 한복 이야기 - 발라드 세손과 곤룡포

지난 21일, 22일 연세대학교 백주년기념관 콘서트홀에서 열린 ‘2026 정승환 팬미팅 : 세손 – 혼란한 시대를 견뎌온 자’에 대한 기사가 나의 눈길을 끌었다.
'발라드 선왕'들의 대표곡을 특유의 호소력 짙은 보컬로 커버하며 '발라드 세손'의 진가를 과시, '발라드국 세손' 콘셉트에 맞춰 곤룡포를 입고 등장했다는 기사와 사진이 여러 매체에 소개되었다.

 

발라드(Ballad)는 원래 이야기를 노래로 전하는 서사적 민요ㆍ가곡을 뜻하지만 현대 대중음악에서는 대체로 느린 템포와 서정적 멜로디를 바탕으로 사랑ㆍ이별ㆍ그리움ㆍ추억 등의 감성을 표현하는 장르다.
필자는 대학 1, 2학년 때는 포크송에 취해 있었고 3, 4학년 때는 발라드에 심취해 있었다. 1980년대를 발라드의 형성과 대중화가 이루어지는 시기라고 한다면 1990년대는 한국 발라드의 전성기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감성적 목소리의 남자 가수들이 한국의 발라드를 이끌어 갔고 나는 지금도 그때 산 CD를 종종 듣는다.

 

정승환은 SBS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K팝 스타 시즌 4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가수이다.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뮤지션이고 오디션 내내 빠짐없이 방송을 보면서 그의 감성과 목소리, 그의 실력에 매료되었다. 굳이 세손을 내세우지 않아도 누가 뭐래도 그는 실력파 차세대 발라드 가수이다.

발라드 황제·왕자의 계보를 이어갈 젊은 후계자라는 의미를 ‘발라드 세손 정승환’으로 표현했고 곤룡포를 입고 무대에 올랐다는 것 자체도 이례적이고 재미있는 연출이다. 하지만 전통복식을 연구해 온 필자의 눈에는 여전히 아쉬움이 있다.

 

왕은 일상 정무를 볼 때 바지저고리와 포 등의 받침옷을 입고 가장 겉에 곤룡포를 입는다. 즉 왕의 곤룡포는 시사복(視事服)인 것이다. 그래서 사극 드라마나 영화 속 편전에서 업무를 보는 왕은 항상 곤룡포를 착용한 모습이다. 반면 왕세자와 왕세손의 일상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면학이므로 왕세자와 왕세손의 곤룡포는 서연복(書筵服), 강서복(講書服)이라고도 한다.

 

곤룡포는 용포의 색상과 앞가슴, 양어깨와 등에 달리는 둥근 보의 크기, 용의 발톱의 수 등으로 신분과 시대를 구분한다. 조선 초기를 시대적 배경으로 할 때 태조 이성계의 역이라면 청색의 곤룡포를 입지만 이후의 왕들은 모두 대홍색을 입는다. 다만 고종의 역할이라면 초기에는 대홍색 곤룡포를 입지만 대한제국시대의 고종이라면 황색의 곤룡포를 입어야 한다. 왕세자와 왕세손은 아청색 곤룡포를 입었기 때문에 ‘발라드 세손’이 아청색 곤룡포를 입고 무대에 오른 것 자체는 무리가 없다. 다만 곤룡포를 입을 때 익선관을 갖추어 쓰는 것은 그야말로 궁중 복식의 법도이다.

 

전통은 시대에 따라 얼마든지 새롭게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새롭게 해석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것이 지닌 의미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결국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전통을 그대로 지킬 것인가, 변화시킬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다. 전통의 상징을 현대 대중문화가 어떻게 이해하고 사용할 것인가의 문제다.


주목할 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