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사람의 바다] 감옥서도 멈추지 않던 배움 ‘행동하는 양심’

‘바다로 간 대통령’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사상과 철학은 완성된 이론으로 제시되지 않는다.

 

작가가 관심을 둔 것은 대중경제론과 ‘행동하는 양심’이라는 결과보다 그것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그 시작에는 배움이 있다. 어린 시절 서당에서 공부하며 배움의 기초를 쌓았고, 이후에도 독서와 학문적 공부를 이어갔다. 그러나 책만으로 한 사람의 생각이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젊은 시절 장사와 사업을 하면서 경제와 사람들의 삶을 직접 경험했고, 정치에 들어가 현실의 경제와 사회, 권력과 국민의 삶을 마주했다.

 

그리고 정치적 실패와 좌절, 투옥과 망명의 시간을 지나야 했다. 그 과정에서도 독서와 사색은 계속됐다.

 

특히 감옥이라는 극한의 공간에서도 책을 읽고 생각하는 시간은 이어졌다. 작가가 주목하는 것은 바로 이 반복이다.

 

책에서 배우고, 삶에서 배우고, 다시 책을 읽고 사색하며 자신의 경험을 되돌아보는 과정이다.

 

학문이 현실을 만나고, 현실에서 얻은 경험이 다시 독서와 사색을 만나면서 생각이 깊어지는 과정이다.

 

그래서 작품에서는 대중경제론이나 정치적 업적을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어떻게 만들어져 갔는지를 삶을 통해 보여준다.

 

배움이 씨앗이라면 삶은 토양이었다. 독서와 사색은 그 위에서 생각을 숙성시키는 시간이었다.

 

오랜 시간에 걸쳐 배움과 경험이 쌓이고, 실패와 좌절을 지나며 생각이 다시 다듬어졌다. 그 결과가 대중경제론과 ‘행동하는 양심’ 같은 생각과 철학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작품이 바라보는 과정이다.

 

이러한 관점은 김대중 대통령을 바라보는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작가는 그를 처음부터 완성된 인물로 그리지 않는다. 두려워하고 분노하고 흔들리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가족을 걱정하고, 절망 속에서 기도하고, 실패한 뒤 다시 일어서는 사람이다.

 

정치적 성공만이 아니라 실패와 좌절 역시 한 인간을 만드는 중요한 시간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감옥도 단순히 고통의 공간으로만 그려지지 않는다. 그곳에서도 독서와 사색이 이어지고,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계속된다.

 

작가는 이 과정을 통해 ‘공부한 사람’보다 ‘배우는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려 한다. 삶의 경험이 공부가 되고, 공부가 다시 삶을 바라보는 눈이 되는 것이다.

 

작품 속 기도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읽을 수 있다. 작가 자신의 경험도 일부 녹아 있는 기도 장면들은 종교적 장식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이 자기 힘만으로 버티기 어려운 순간 무엇을 붙잡고 다시 일어서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불교와 가톨릭, 개신교의 정서가 함께 등장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김대중 대통령의 어머니에게서는 불교적 정서를, 김대중 대통령에게서는 가톨릭 신앙을, 이희호 여사에게서는 개신교의 정서를 만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느 종교가 더 옳으냐가 아니다. 서로 다른 종교적 배경 속에서도 인간이 고난과 절망 앞에서 무엇을 붙잡고 살아가는가 하는 문제다.

 

그래서 종교는 교리를 설명하는 수단이 아니라 사람의 내면을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길이 된다.

 

결국 작품에서 공부와 신앙은 서로 다른 이야기가 아니다. 책을 읽고 사색하는 일, 삶의 경험을 견디는 일, 절망 속에서 기도하는 일은 모두 한 인간이 자신을 돌아보고 다시 일어서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긴 시간 속에서 한 사람의 생각과 철학이 만들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