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가 13일 전국 67개 점포의 영업을 재개했다. 한 달 가까이 이어진 임시휴업을 끝내고 매장에 다시 상품이 채워지고 고객들이 카트를 끌기 시작했다. 노동조합과 경영진, 정치권과 시민사회도 한자리에 모여 홈플러스 장보기에 동참했다. 한때 청산 가능성까지 거론됐던 홈플러스에 다시 회생의 기회가 열린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단 재개장은 회생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오히려 지금부터가 진짜 시험대다. 홈플러스의 회생계획안을 심리·결의하는 관계인집회는 내달 2일 열린다. 회생계획안이 통과되더라도 정상적인 M&A가 성사돼야 완전한 정상화에 이를 수 있다. 긴급운영자금 2000억원을 확보해 일단 숨통을 틔웠지만, 매장을 다시 여는 것만으로 기업의 생존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과 노동계가 시민들에게 “홈플러스에서 장을 봐달라”고 호소하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유통업체는 결국 고객이 찾아와야 매출이 발생하고, 매출과 현금흐름이 살아나야 회생 가능성도 높아진다. 소비자들이 다시 매장을 찾는 모습 자체가 홈플러스의 사업 지속 가능성을 보여주는 신호가 될 수도 있다. 단 여기엔 분명한 선이 있어야 한다. 소비자는 기업의 경영 실패를 책임지는 주체가 아니다. 홈플러스가 다시 살아나기를 바라는 것과 홈플러스에 무조건적인 소비를 해줘야 한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소비자는 가격과 품질, 상품 구색과 서비스를 보고 지갑을 연다. 기업의 사정이 어렵다고 해서 소비자가 더 비싼 가격을 감수하거나 필요하지 않은 물건까지 사야 할 의무는 없다.
따라서 홈플러스가 국민에게 장보기를 호소하려면 먼저 국민이 다시 홈플러스를 선택할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합리적인 가격과 충분한 상품, 안정적인 공급, 편리한 서비스가 기본이다. 한때 휴업과 상품 부족으로 불안해했던 소비자와 납품업체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도 홈플러스가 풀어야 할 과제다. 영업 정상화가 매출과 안정적인 현금흐름 개선으로 이어지는지가 앞으로의 핵심 관건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경영진의 책임은 더욱 무겁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국민 여러분의 사랑과 관심이 필요하다”는 호소만이 아니다. 홈플러스를 어떻게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만들 것인지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국민에게 장보기를 부탁하기 전에, 국민이 다시 찾고 싶은 홈플러스를 만드는 것. 그것이 지금 홈플러스 경영진이 가장 먼저 보여줘야 할 책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