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1 김기봉 기자 | “한국이 투자 부적합 국가가 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나온 이 평가는 단순한 외국 언론의 비판으로 넘길 일이 아니다. 국내 증시가 저평가됐다는 평가와 인공지능(AI) 산업 성장 기대에도 불구하고, 왜 해외 투자자들은 한국 시장을 불안한 곳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블룸버그는 최근 급등락을 반복한 한국 증시를 두고 시장 변동성과 정책 불확실성이 투자 신뢰를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스피가 글로벌 AI 투자 확대의 수혜를 받을 수 있는 기업을 다수 보유하고 있고, 밸류에이션 역시 역사적 저점 수준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결국 시장을 움직이는 것은 숫자 이상의 ‘신뢰’라고 본 것이다.
한국 증시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온 것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다. 기업 지배구조, 낮은 주주환원, 불투명한 시장 관행 등이 오랫동안 외국인 투자자의 발목을 잡아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여기에 정책 리스크와 시장 안정성 문제가 더해지고 있다.
특히 하루 5% 이상 움직이는 날이 잦을 정도로 커진 변동성은 투자자들에게 시장 자체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높은 수익을 기대하고 들어온 개인투자자들이 단기간에 큰 손실을 입는 상황이 반복되면 시장 참여 기반 자체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
레버리지 상품 확대와 같은 금융상품 설계 문제도 돌아봐야 한다. 고위험 상품은 투자자 선택의 영역이라는 논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시장 전체 변동성을 키우고 경험이 부족한 투자자들에게 과도한 위험이 전가될 수 있다면 제도적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자본시장 선진화를 강조하며 개인투자자의 시장 참여를 독려했다면, 그에 걸맞은 시장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제공해야 한다. 시장 활성화를 외치면서 한편으로는 정책 방향이 흔들린다는 인상을 준다면 투자자는 정부 메시지보다 불확실성을 먼저 가격에 반영한다.
물론 해외 언론의 평가를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한국 경제의 경쟁력과 기업들의 기술력까지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기업이 있고, AI·반도체 중심의 산업 전환 과정에서 새로운 기회도 존재한다.
단 시장은 가능성보다 신뢰를 먼저 본다. 아무리 좋은 기업이 있고 저평가된 시장이라도 언제든 정책이 바뀌고 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 잡으면 글로벌 자금은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이번 ‘투자 부적합’ 논란은 한국 증시가 단순히 주가를 끌어올리는 문제를 넘어 시장의 기본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개인투자자를 보호하고, 외국인과 기관이 장기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진정한 자본시장 선진화의 출발점이다.
주식시장에서 가장 비싼 자산은 돈이 아니라 신뢰다. 정부와 시장 참여자들이 이번 경고를 단순한 외부 평가가 아니라 한국 증시의 경쟁력을 다시 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