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1900조→1700조 ‘급감’…리밸런싱 딜레마

시사1 김기봉 기자 | 국내 증시가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면서 국민연금 기금도 큰 변동성을 겪고 있다. 한때 1900조원을 넘어섰던 국민연금 기금 규모가 최근 증시 조정으로 약 1700조원 수준까지 줄어든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민연금의 시장 대응과 자산 운용 전략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3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국민연금 기금 규모는 1848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국내 주식 투자 규모는 543조6000억원으로 전체 기금의 29.4%를 차지했다. 지난해 말 대비 약 280조원 증가한 수준이다.

 

당시 국내 주식 비중 확대는 반도체주 상승 등의 영향이 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종목이 강세를 보이면서 국내 주식 수익률은 100%를 웃돌았고, 전체 기금 운용 수익률도 26%를 넘어섰다. 단 증시 호황은 국민연금 운용 측면에서는 새로운 부담으로 작용했다. 국민연금의 올해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은 20.8%였지만, 주가 상승으로 실제 투자 비중이 허용 범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원칙대로라면 비중 조정을 위해 국내 주식을 매도해야 했지만, 대규모 매도가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국민연금은 당시 기준을 맞추기 위해 하루 수천억원 규모의 매도가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으며, 상반기 리밸런싱을 유예했다.

 

이후 시장 상황은 급격히 반전됐다. 코스피가 큰 폭으로 조정을 받으면서 국내 주식 평가액이 줄었고, 국민연금 기금 규모 역시 감소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한때 1900조원을 웃돌던 기금이 최근 1700조원 안팎까지 축소된 것으로 보고 있다. 증시 약세가 이어질 경우 1500조원대로 내려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문제는 급락장에서 국민연금이 적극적인 매수에 나서기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주가가 다시 반등할 경우 국내 주식 비중이 목표치를 넘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상승장에서는 시장 충격을 우려해 매도를 늦추고, 하락장에서는 자산 비중 관리 때문에 적극적인 매수가 어려운 ‘리밸런싱 딜레마’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최근 수급 흐름에서도 이런 상황이 나타났다. 지난 7월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2조원 넘게 순매도했지만 개인투자자들이 비슷한 규모를 순매수하며 물량을 받아냈다. 연기금 역시 월말 급락 이후 매수 규모를 늘렸지만 시장 전체를 지탱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럼에도 국민연금은 주식시장을 방어하는 기관이 아니라 국민 노후자산을 장기적으로 운용하는 투자자라는 점에서 단기 시장 개입과는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에선 이번 급등락 사태를 계기로 국민연금의 리밸런싱 체계를 보다 유연하게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팽창하고 있다. 상승장에서는 과도한 비중 확대를 관리하고, 급락장에서는 장기 투자자로서 매수 여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운용 기준을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안정적인 노후자산 운용이라는 본래 목적을 유지하면서도 급격한 시장 변동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운용 전략을 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