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폭염과 싸우는 물류 현장, 안전이 먼저다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택배·물류 현장의 안전 문제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정부가 폭염 대응을 위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2단계를 가동한 가운데, 물류업계가 냉방시설 확충과 온열질환 예방 시스템 강화에 나선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폭염이 매년 심각해지는 현실을 고려하면 일시적인 대응을 넘어 산업 전반의 근무 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택배 기사와 물류센터 근로자, 배달 라이더 등은 폭염에 가장 취약한 직군 중 하나다. 실내 물류 현장이라 해도 장시간 신체 활동이 이어지고, 야외 배송 업무는 뜨거운 아스팔트와 직사광선에 그대로 노출된다. 폭염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작업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위험 요소다.

 

최근 기업들이 선보인 대응책은 의미가 있다.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가 쿨링포그와 대형 냉방구역을 확대하고, CJ대한통운이 인공지능(AI) 기반 안전관제 시스템으로 작업자의 이상 징후를 감지하는 것은 기술을 활용한 안전관리의 좋은 사례다. 배달 플랫폼 기업들도 라이더 교육과 쉼터 지원 등 보호 대책을 강화하고 있다. 단 일부 기업의 선제적 대응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폭염은 특정 기업이나 특정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대비해야 할 재난 수준의 문제다. 물류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배송 속도와 효율성이 강조돼 왔지만, 그 과정에서 현장 노동자의 안전이 뒤로 밀려난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특히 폭염 대응은 기업의 비용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한 투자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냉방시설 설치, 휴게 공간 확보, 작업 시간 조정, 건강 관리 체계 구축 등은 단기적으로 비용이 들 수 있지만, 근로자의 안전을 지키고 산업의 신뢰를 높이는 기반이 된다. 정부 역시 폭염 시 작업 기준과 보호 대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해야 한다. 형식적인 지침에 그치지 않고 물류 현장과 이동 노동자의 특성을 반영한 현실적인 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기업이 자율적으로 노력하는 부분은 장려하되, 최소한의 안전 기준은 사회적 기준으로 명확히 제시할 필요가 있다. 폭염 속에서도 누군가는 우리의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현장에 나선다. 이제는 그들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두는 사회적 책임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