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롤러코스터 정책 부산물 ‘숨죽인 부동산’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2주 연속 둔화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0.25%로, 지난 13일 조사에서 기록한 0.30% 이후 상승폭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 특히 강남3구와 용산구 등 고가 주택 밀집 지역에서 관망세가 짙어진 것은 주목할 만한 변화다. 최근 시장의 가장 큰 변수는 정부의 세제 개편 방향이다. 보유세와 양도소득세 등 주택 관련 세 부담 변화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매수자와 매도자 모두 쉽게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와 세금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맞물리면서 거래보다 관망을 선택하는 분위기가 강해진 것이다.

 

집값 상승세가 둔화하는 것은 시장 안정 측면에서 긍정적인 신호다. 최근 서울 아파트 시장은 공급 부족 우려와 금리 인하 기대, 재건축·개발 기대감 등이 겹치며 단기간에 가격이 빠르게 올랐다. 특히 일부 인기 지역에서는 실수요자의 접근이 어려울 정도로 가격 부담이 커졌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단 이번 상승폭 둔화를 단순한 안정 신호로만 해석하기는 어렵다. 강남권 상승세가 주춤한 사이 중랑·노원·도봉 등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낮은 지역에서는 오히려 상승폭이 커졌다. 규제와 세 부담을 피해 수요가 이동하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주택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특정 지역을 누르는 단기 처방보다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정책이 필요하다. 세제 개편이 시장 안정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무엇보다 일관성과 신뢰가 뒷받침돼야 한다. 잦은 제도 변경은 시장 참여자들의 혼란만 키우고, 결과적으로 정책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 대출 관리 역시 균형이 필요하다. 가계부채 관리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일률적인 대출 축소가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기회를 막거나 자금 여력이 있는 계층과 그렇지 않은 계층 간 격차를 키우는 결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무주택 실수요자와 생애 최초 구매자 등에 대한 정교한 접근이 요구된다.

 

부동산 정책의 궁극적인 목표는 가격을 억지로 끌어내리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 주거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번 서울 아파트 상승세 둔화가 단순한 일시적 조정에 그치지 않고 건강한 시장 정상화로 이어지려면 정부는 시장의 신호를 면밀히 살피고 흔들림 없는 정책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