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1 김재필 기자 |이 작품은 2026년 대한민국미술대전 비구상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한 정민재의 '여정' 이라는 작품으로 구상적 소재와 비구상적 회화성을 조화롭게 융합했다는 점에서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작가는 유년기의 기억 속에 잠들어 있던 한 장면인 ‘사방치기’를 현재의 감각으로 다시 불러내어, 시간과 공간이 교차하는 회화적 세계를 구축했다. 사방치기의 흰 선은 더 이상 놀이의 규칙을 나타내는 선이 아니라, 지금 삶의 여정과 유년기 기억의 좌표를 상징하는 길이 된다.
화면 속 소녀는 구체적인 인물이라기보다 '유년'이라는 시간의 화신이다. 얼굴은 의도적으로 명확히 드러나지 않아 특정 개인이 아닌 우리 모두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한 발로 균형을 잡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은 놀이의 순간이면서도, 불확실한 삶을 건너가는 우리 모두의 모습으로 확장된다.
사진가인 나는 채색은 작가의 의도를 표현하는 중요한 언어로 본다. 이 작품에선 따뜻한 살구빛과 푸른빛, 보랏빛이 서로 스며들어 현재와 유년시절 기억의 경계를 흐리게 했다.
화면 곳곳에 겹쳐진 반투명으로 빚은 붓질은 기억이 선명한 기록이 아니라 시간 속에서 끊임없이 덧 입혀지고 희미해지는 심리적 풍경임을 보여준다. 이로 인해 작품은 사실적 재현을 넘어 기억의 감각을 시각화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화면을 가로지르는 직선과 면의 분할은 현대적인 추상성을 부여한다. 사방치기의 단순한 격자는 어린 시절의 놀이터를 넘어 삶의 선택과 가능성, 그리고 시간의 층위를 상징하는 조형 언어로 변모한다. 그 위를 뛰어가는 소녀(작가일지도 모르는)는 과거를 향해 달리는 존재가 아니라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생명의 에너지로 읽힌다.
이 작품이 감동을 주는 이유는 유년기의 향수를 자극하기 때문만이 아니다. 누구나 지나온 그 시간을 통해 현재의 자신을 성찰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당시의 놀이였던 사방치기는 어느새 인생의 여정으로, 한 칸 한 칸 내딛던 발걸음은 성장과 도전의 은유로 표현 되었다.
작가는 개인의 기억을 보편적인 삶의 서사로 승화시키며, 관람자로 하여금 자신의 어린 시절을 다시 만나게 해 주어 익숙한 유년의 기억을 현대적 조형언어로 재해석하여, 기억과 시간, 성장의 의미를 깊이 있게 사유하도록 이끄는 뛰어난 회화적 성취를 이끌어 내었다. 따라서 이 작품은 나에게 "우리는 아니 나는 아직도 삶이라는 사방치기 격자 위를 유년의 마음으로 한 걸음씩 건너가고 있는가." 라고 묻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