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의 가계부채 지형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과거 가장 많은 돈을 빌리는 계층은 자산을 축적한 50~60대였다. 사업을 확장하거나 노후를 준비하기 위한 대출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30대가 가장 많은 대출을 받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0대의 1인당 신규 가계대출은 5033만원으로 모든 연령대 가운데 가장 많았다. 30대의 주택담보대출은 10여 년 만에 3배 가까이 늘었다. 더 심각한 것은 빚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30대는 저축보다 금융부채가 더 많고, 최근에는 자산과 순자산마저 감소했다. 다른 연령대의 자산이 늘어나는 동안 유독 30대만 뒷걸음질쳤다. 미래를 준비해야 할 세대가 미래 소득을 담보로 현재를 버티고 있는 구조다. 이것은 개인의 무리한 투자 때문이라고만 볼 수 없다.
문제는 이런 구조가 개인의 삶을 넘어 경제 전체의 위험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30대는 소비와 결혼, 출산, 자녀 교육을 책임질 핵심 경제활동 인구다. 그런데 소득의 상당 부분을 원리금 상환에 사용한다면 소비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내수는 살아나기 어렵고, 출산과 육아도 미뤄질 가능성이 커진다. 가계부채 문제는 단순한 금융 리스크가 아니라 저성장과 저출산을 심화시키는 사회 문제이기도 하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금리와 경기의 불확실성이다. 지금은 금리가 다소 안정되는 모습이지만, 세계 경제는 여전히 높은 변동성에 노출돼 있다. 소득이 줄거나 금리가 다시 오를 경우 가장 먼저 충격을 받는 계층은 높은 레버리지를 안고 있는 30대다. 부동산 가격이 조정된다면 자산 감소와 부채 부담이 동시에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정부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청년층의 내 집 마련을 돕겠다며 각종 금융 지원을 확대했지만, 공급 부족과 높은 집값이라는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한 채 대출만 늘리는 정책은 결국 빚을 앞당겨 쓰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 대출은 정책이 될 수 있어도, 대출 자체가 주거 대책이 될 수는 없다. 이제 정책의 방향도 달라져야 한다. 청년들이 빚을 더 쉽게 낼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아니라, 빚을 많이 내지 않아도 집을 구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충분한 주택 공급과 안정적인 주거 사다리, 그리고 소득을 꾸준히 늘릴 수 있는 경제 환경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 젊은 세대가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담보로 현재를 버티는 현실. 그것이 지금 한국 경제가 마주한 가장 위험한 경고음일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