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인천공항 ‘집단 새치기’…왜 중국 정부엔 말 못하나

시사1 박은미 기자 |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또다시 중국인 승객들의 ‘집단 새치기’가 발생했다. 대기줄은 무너졌고, 질서를 유지하던 직원들은 다쳤다. 이를 지켜본 시민들은 황당함을 넘어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더 놀라운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달에만 비슷한 사례가 여러 차례 확인됐고, 공항 측도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

 

그런데 정부와 공항당국의 대책은 고작 플라스틱 칸막이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수준이다. 질서를 어긴 사람에게 책임을 묻기보다 시설을 바꾸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결국 성실하게 줄을 선 다수의 이용객만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셈이다.

 

물론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 법과 공항 질서를 지켜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번 사례는 개인의 일탈만으로 치부하기 어려운 규모였다. 수십 명이 동시에 뛰어들어 새치기를 했고, 직원들이 다칠 정도였다. 반복되는 집단행동이라면 외교적 협조도 함께 검토해야 하는 사안이다.

 

중국은 자국민의 해외 행동을 관리하기 위해 여러 차례 ‘문명 관광’을 강조해 왔다. 해외에서 질서를 지키고 현지 법규를 준수하라는 캠페인도 지속적으로 벌이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도 중국 당국과 공식적인 협조 체계를 마련해 재발 방지를 요청할 수 있다. 국제공항의 질서를 지키자는 요구는 결코 외교적 결례가 아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늘 국내 대책만 고민한다. 차단봉을 세우고, 칸막이를 설치하고, 안내 인력을 늘린다. 정작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들에게는 아무런 메시지도 전달하지 못한다. 혹시 ‘중국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국민들의 의문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외교적 마찰을 우려해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면, 결국 그 부담은 우리 국민과 현장 직원들이 떠안게 된다.

 

국제공항은 대한민국의 관문이다. 대한민국의 법과 질서는 국적을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 반복되는 무질서에 대해 필요한 경우 상대국과도 당당하게 협의하고 협조를 요청하는 것이 정상적인 국가의 모습이다.

 

질서를 지키는 사람만 손해 보는 공항, 사고가 반복될 때마다 시설만 바꾸는 공항은 결코 정상이라고 할 수 없다. 이제는 ‘어떻게 막을 것인가’뿐 아니라 ‘왜 반복되는가’, 그리고 ‘왜 상대국에는 제대로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에도 답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