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빨라도 너무 빠른 국군사관학교 통합 행보

정부가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통합한 국군사관학교를 대전 자운대에 설립하겠다는 국방교육 개혁안을 발표했다. AI 기반 미래 전장에 대응하고, 분산된 교육시설을 통합해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첨단 과학기술과 연계한 교육환경 조성, 민간 교수 확대, 국방교육 허브 구축 등 구상만 놓고 보면 변화하는 안보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고민이 담겨 있다. 미래 전장은 분명 과거와 다르다. 우주와 사이버,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전쟁의 양상이 급변하는 만큼 장교 양성 체계 역시 시대 변화에 맞춰 혁신할 필요가 있다. 각 군이 독립적으로 운영해 온 교육체계가 효율성과 경쟁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지 점검하는 일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그러나 국방 개혁은 정책의 방향만큼이나 추진 과정이 중요하다.

 

사관학교는 단순한 교육기관이 아니다. 각 군의 역사와 전통, 조직문화, 전문성을 계승하는 상징적 기관이다. 정부가 기존 사관학교를 기념 공간으로 보존하겠다고 밝혔지만, 통합이 가져올 정체성 변화와 군종별 전문성 유지 방안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실제 정부가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과 별개로, 정치권과 관련 단체에서는 충분한 의견 수렴과 사회적 합의 없이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국방은 국민의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영역인 만큼, 이해관계자들의 우려를 단순한 반대 의견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정부 역시 이러한 점을 의식한 듯 국민 의견을 적극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그 약속은 선언에 그쳐서는 안 된다. 왜 통합이 필요한지, 기존 체계로는 어떤 한계가 있는지, 통합 이후 각 군의 전문성과 전투 역량은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근거와 데이터를 제시해야 한다. 국방 개혁은 속도가 아니라 신뢰가 성공을 좌우한다. 미래형 군을 만드는 일과 각 군의 전통과 전문성을 지키는 일은 상충되는 가치가 아니다. 충분한 논의와 검증을 거쳐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때 비로소 이번 개혁은 미래를 위한 투자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