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1 장현순·김기봉·김아름 기자 |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맞물리면서 국내 중소 제조업계가 전례 없는 ‘이중 부담’에 직면했다. 경기 회복과 물가 안정을 위한 정책 기조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대기업에 부품과 자재를 공급하는 중소 제조업체들은 인건비와 금융비용이 동시에 오르는 복합 충격을 우려하고 있다.
16일 정부에 따르면,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14차 전원회의에서 2027년도 적용 최저임금을 시급 1만700원으로 결정했다. 이는 전년보다 3.7% 오른 수준이다. 최근 2년간 1~2%대 인상률과 비교하면 상승 폭이 크게 확대됐다. 노동계는 생계비를 감안하면 여전히 부족하다고 평가했지만, 경영계는 중소기업의 지불 능력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고 우려했다.
중소 제조업계가 가장 부담을 느끼는 부분은 단순한 시급 인상이 아니다. 최저임금 기준 자체가 1만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3.7% 인상은 과거보다 절대적인 비용 증가 폭이 훨씬 크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지난 2년간 저율 인상으로 가까스로 버텨온 기업들이 이번 인상으로 사실상 한계선에 도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부담은 더욱 크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기본급뿐 아니라 주휴수당,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퇴직금, 4대 보험료 등 각종 연동 비용이 함께 상승하기 때문이다. 명목상 기본급 인상액은 근로자 1인당 월 8만원 수준이지만, 실제 기업이 부담하는 총인건비 증가는 월 10만~15만원 이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외국인 근로자에게 숙식까지 제공하는 제조업체는 부담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임금 체계 전반이 흔들리는 '임금 압축' 현상이다. 수년간 최저임금이 누적 인상되면서 신입 직원과 2~5년 차 숙련공 간 임금 격차가 크게 줄었고, 숙련 인력의 이탈을 막기 위해 기존 직원들의 임금도 연쇄적으로 올려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결국 최저임금 인상이 기업 전체의 임금 테이블을 끌어올리는 도미노 효과를 낳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당장 대규모 인력 감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다. 제조업계는 이미 만성적인 인력난을 겪고 있어 쉽게 인력을 줄일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건비 부담이 커질수록 연구개발(R&D)과 설비투자(CAPEX)에 투입할 자금이 줄어들면서 성장 동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국은행은 16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2023년 1월 이후 3년 6개월 만의 금리 인상으로, 물가 안정을 위한 본격적인 통화 긴축 사이클의 시작을 알렸다. 이번 결정은 금통위원 7명 전원의 만장일치로 이뤄졌다.
한국은행은 물가 상승 압력이 다시 커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국제 유가 상승 영향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5월과 6월 연속 3%대를 기록했고, 생활물가지수 상승률도 꾸준히 높아졌다. 금통위는 비용 상승과 환율 영향, 수요 회복이 겹치면서 물가 상승세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경기 회복세는 예상보다 강하다. 반도체 수출 호조를 중심으로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8%를 기록했고,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로 제시했다. 한국은행도 성장률이 기존 전망치를 크게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가계부채와 주택시장 역시 금리 인상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최근 큰 폭으로 증가했고, 서울 아파트 가격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올해 하반기 추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문제는 두 정책이 동시에 중소 제조업 현장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금리까지 오르면 운전자금 대출과 시설투자 자금 조달 비용도 함께 증가하게 된다. 생산비와 금융비용이 동시에 상승하면서 상대적으로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소 제조업체들의 경영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경제계는 정부의 보완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최은락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은 “ 세 사업주 부담 완화와 고용 유지를 위한 정책 지원이 시급하며, 향후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도 현장의 지불 능력을 반영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강조했다. 한국경제인협회 역시 “ 종별 최저임금 구분 적용과 사업주의 지불 능력, 생산성을 보다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합리적인 결정 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