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1 박은미 기자 | 선거는 민주주의의 출발점이다. 국민이 행사하는 한 표는 어떤 국가기관의 권한보다 무겁다. 그렇기에 선거관리위원회는 무엇보다 공정하고 정확해야 하며, 그 과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지켜야 할 책무가 있다.
단·3 지방선거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그 신뢰를 크게 흔들었다. 유권자가 투표를 하지 못하거나 장시간 기다려야 했던 상황은 단순한 행정 착오로 치부하기 어려운 참정권 침해다. 선거관리의 기본 중 기본을 지키지 못했다는 점에서 선관위의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이번 국정조사 첫 청문회에서도 여야는 한목소리로 선관위의 부실한 관리와 초동 대응을 질타했다. 정치적 해석은 달랐지만, 선관위의 무능과 안일한 대응이 사태를 키웠다는 데에는 큰 이견이 없었다.
문제는 선관위가 그동안 보여준 모습이다. 실수를 인정하고 제도를 개선하기보다 외부 비판에 방어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이 반복되면서 국민의 신뢰는 더 빠르게 무너졌다. 독립기관이라는 지위는 책임으로부터 자유롭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선거를 책임지는 기관일수록 더 엄격한 자기 점검과 투명한 설명이 요구된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이번 사태가 정치적 진영 논리로 소비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쪽에서는 이를 부정선거 의혹으로 확대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음모론 차단에 집중한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어떤 제도를 마련할 것인지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정치권의 공방이 아니다. 투표소에 가면 당연히 투표할 수 있고, 선거가 공정하게 관리된다는 믿음을 회복하는 일이다. 그 신뢰가 흔들리면 민주주의의 토대도 함께 흔들릴 수밖에 없다.
선관위는 이번 사태를 단순한 ‘관리 미흡’으로 축소해서는 안 된다. 필요한 것은 변명이 아니라 책임이고, 해명이 아니라 개선이다. 국정조사 역시 정쟁의 장이 아니라 제도의 허점을 바로잡는 계기가 돼야 한다. 국민의 신뢰를 잃은 선관위가 다시 신뢰를 얻는 길은 오직 철저한 진상 규명과 실질적인 쇄신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