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프진 방치 끝내자는 대통령의 결단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임신중지 의약품 ‘미프진’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의미 있는 정책적 전환점이다. 낙태를 둘러싼 사회적 논쟁과는 별개로, 현행 제도의 공백이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현실을 직시했다는 점에서다. 현재 국내에서는 미프진이 허가되지 않아 필요한 여성들이 해외 직구 등 비공식 경로를 이용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법이 정비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허가를 미뤄왔지만, 그 결과는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유통과 의료 사각지대였다. 제도가 비어 있는 동안 위험은 고스란히 국민이 감당해 왔다. 이재명 대통령이 “정부가 무책임하다”고 언급한 것도 이러한 현실을 겨냥한 발언으로 읽힌다.

 

특히 의사의 처방과 전문적 판단을 기반으로 한 단계적 허용 가능성을 검토하자는 제안은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면서도 국민 안전을 우선하는 현실적 해법이 될 수 있다. 임신중지 허용 범위를 둘러싼 입법 논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나 의약품의 안전한 관리와 의료체계 안에서의 사용 문제는 별도로 접근할 여지가 있다는 문제의식을 드러낸 셈이다. 물론 미프진 허용은 의료계, 여성계, 종교계 등 다양한 의견이 첨예하게 맞서는 민감한 사안이다.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에도 대체 입법이 이뤄지지 않은 만큼 법적 정합성을 둘러싼 검토도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 역시 결코 생략될 수 없다.

 

그러나 정책은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제도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국민이 음성적인 시장과 검증되지 않은 경로에 내몰리는 상황을 계속 방치하는 것이 과연 책임 있는 행정인지 되물을 필요가 있다. 정부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안전한 선택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번 대통령의 발언은 특정한 결론을 강요한 것이 아니라, 수년째 멈춰 있던 논의를 다시 시작하자는 신호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제 관계 부처는 법률과 의료, 안전성, 국제 기준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정치적 부담을 이유로 미루기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중심에 둔 정책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