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물량 76% 확보했지만…중동 긴장감에 원유 수급 ‘촉각’

시사1 장현순·박은미 기자 |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미국의 대이란 공습·해상봉쇄 재개로 중동 정세가 다시 불안해지면서 국내 원유 수급에도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단기 수급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국내 정유업계는 9월 이후 도입 물량 확보와 국제유가 급등, 고환율이 겹치면서 하반기 경영 부담이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4일 “중동전쟁 대응본부 일일 브리핑에서 7~8월 원유 도입 물량은 지난해 평균 대비 100% 이상 확보했으며 9월 도입 물량도 전년 대비 76% 수준까지 계약을 마쳤다”고 밝혔다.

 

지난달 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국내로 향하는 유조선은 총 6척이다. 이 가운데 3척은 오는 16~17일 국내에 도착하고, 나머지 3척도 다음 주 중 입항할 예정이다.

 

정부는 단기적인 공급 차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전날 문신학 산업부 차관 주재로 열린 원유 수급 긴급 점검회의에서도 7~8월 도입 물량이 예년보다 많은 만큼 당장 수급에는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재확인했다. 현재 국내 비축유도 1억 배럴 이상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 정유업계는 9월 이후가 변수라고 보고 있다. 통상 9월 도입 원유는 이달 계약을 체결해 다음 달 선적해야 하지만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다시 불확실해지면서 계약과 운송 일정 모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봉쇄 상황이 장기화하면 9월 이후 하반기 물량 확보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며 “종전 이후 안정되던 국제유가가 다시 급등 조짐을 보이면서 업계 전반이 긴장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우리나라는 원유 수입의 약 70%를 중동에 의존해왔으며, 대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정부는 중동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수입선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올해 1~5월 중동산 원유 비중은 62.8%로 지난해(69.1%)보다 6.3%포인트 낮아졌다. 정부는 지난 3월 아랍에미리트(UAE)산 원유 2400만 배럴 추가 도입을 결정했으며 중장기적으로 중동 의존도를 50% 이하로 낮춘다는 방침이다.

 

시장에서는 국제유가와 환율 상승이 정유사의 수익성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브렌트유는 최근 배럴당 83달러를 넘어섰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78달러대로 급등했다. 원·달러 환율 역시 1500원 안팎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달러로 원유를 결제하는 정유사의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 문제는 원가 상승분을 판매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정부가 시행 중인 석유 최고가격제로 정유사의 공급가격 상한이 제한돼 있어서다. 손실 보전 방안은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정부는 소비자 가격 안정을 위한 관리도 강화한다. 산업부는 석유 최고가격 인하 효과가 주유소 판매가격에 반영되도록 고가 주유소 명단을 공개하고, 특별점검 대상을 기존 1000곳에서 3000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지역·브랜드별 가격 인하가 지연되는 주유소에 대한 모니터링도 강화하기로 했다.

 

현재 국내 주유소 판매가격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8주 연속 내렸지만, 국제유가 상승분은 통상 2~3주의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만큼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향후 기름값 상승 압력이 다시 커질 가능성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