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1 장현순 기자 | 미국의 핵심광물 공급망 재편 속에서 고려아연이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가며 전략광물 기업으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단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사실상 청산 위기로 몰아넣었다는 비판이 확산되면서 고려아연 역시 ‘사모펀드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우려가 뒤따른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글로벌 핵심광물 공급망 재편의 최대 수혜 기업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는다. 세계 최대 비철금속 제련 기업 중 하나인 고려아연은 미·중 공급망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단순 제련업체를 넘어 전략광물 공급망의 핵심 기업으로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실적도 견조하다. 고려아연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6조720억원, 영업이익 746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8.4%, 영업이익은 175.2% 증가하며 두 지표 모두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105분기 연속 흑자 기록도 이어갔다.
그러나 시장의 시선은 경영 성과보다 MBK파트너스와의 경영권 분쟁으로 향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MBK가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확보할 경우 홈플러스 사례와 같은 자산 유동화 중심의 경영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팽창하고 있다.
실제 MBK는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한 이후 점포 매각과 자산 유동화 등을 통해 투자금 회수에 집중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반면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에는 소극적이었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결국 홈플러스는 운영자금 부족으로 전 점포 임시 휴업을 결정하는 등 청산 위기에 내몰렸다.
홈플러스는 운영자금 부족에 대해 메리츠 측의 추가 대출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으나 시장에서는 장기간 이어진 자산 매각 중심의 경영이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에서도 MBK의 경영 방식을 문제 삼는 목소리가 나왔다.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은 지난 6일 “MBK파트너스의 부도덕한 인수·합병(M&A) 방식에 대해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자본시장의 필요악과 같은 M&A가 잘못됐을 때 부작용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 홈플러스 사태”라고 비판했다.
해당 논란은 현재 진행 중인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도 영향을 미치는 분위기다. 현재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이사회 주도권을 유지하고 있지만, 양측의 지분 격차는 2%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경영권 향방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노동계도 우려의 목소리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고려아연 노동조합은 최근 홈플러스 사례를 언급하며 투기자본에 대한 제도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회에도 MBK의 고려아연 인수 시도에 대한 논의와 제도 개선을 요청한 상태다.
이은선 고려아연노동조합 위원장은 “MBK의 적대적 인수가 현실화될 경우 홈플러스 사태처럼 고려아연 노동자와 협력업체 구성원들이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생존권을 위협받을 수 있다”며 “국가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국회 차원의 대응과 투기자본 규제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핵심광물 공급망이 국가 전략산업으로 부상한 상황에서 단기 수익 중심의 사모펀드식 경영이 제조업에 적용될 경우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사모펀드의 단기 수익 중심 경영이 국가 기간산업에 적용될 경우 ‘제2의 홈플러스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국가 핵심 산업에 대한 장기적 경쟁력과 공급망 안정성을 고려한 정책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