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1 김재필 기자 |蝸角之爭(와각지쟁) 장마는 끝났지만, 그 자리를 대신한 폭염은 좀처럼 물러날 기색이 없다. 연일 이어지는 뜨거운 햇살 아래에서는 걸음을 옮기는 일마저 수행처럼 느껴진다. 자연은 늘 그렇듯, 하나를 거두면 또 다른 하나를 우리 앞에 내어놓는다.
이럴 때면 나는 나무 그늘 아래 잠시 머문다. 손부채를 천천히 부치면 손끝에서 일어난 작은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간다. 그 바람은 무더위를 모두 밀어내지는 못해도 마음만은 한결 가볍게 한다.
그리고 조용히 선현들의 글을 펼쳐 들거나 전시장의 작품(미술, 서예, 사진등)을 감상하기도 한다. 선현들의 오래된 문장 속에서는 세월을 견디어 낸 사람들의 지혜와 품격을 배울 수 있고, 화가들의 그림에서는 단순한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작가들의 마음을 엿 볼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채가 일으키는 바람은 이내 사라지지만, 좋은 글이나 미술작품이 전하는 향기는 오래도록 가슴에 머문다. 그래서 나는 여름이 깊어질수록 더 자주 그늘을 찾곤 하는데 그 그늘중엔 전시장에서의 작품도 빼놓지 않는다.
몸은 바람으로 식히고, 마음은 선현들의 글로 맑히는 것. 그것이 내가 여름을 건너는 가장 고요한 방법이다.
지난주에는 인사동 입구에 위치한 한 전시장을 찾았다.
『淸風展 . 바람의 축제 』」
서예, 문인화가들의 많은 작품들과 부채들이 전시장을 빼곡히 채워져 있다.
그곳에서 장자를 만날 줄이야...
소요유(逍遙遊)편에 나오는 붕새가 내려다 본 달팽이 뿔 위만큼이나 작은 땅(지구)위의 인간세상을 내려다보는 해학적이면서도 회화적 요소가 가미된 김경미(문학박사. 서예가) 작가의 「蝸角之爭」이었다. 」
- 붕새의 시선으로 인간 세상을 바라보다 -
한 자루 부채 위에 펼쳐진 것은 단순한 산수도도, 한 편의 서예도 아니었다. 그 안에는 장자의 사유가 흐르고, 인간 세상을 굽어보는 붕새의 시선이 담겨 있다.
북해를 떠나 끝없는 하늘을 가르는 붕새는 인간의 눈으로는 닿을 수 없는 높이에서 세상을 바라본다. 그곳에서 보이는 수많은 다툼과 욕망은 결국 달팽이의 뿔 위에서 서로 우위를 다투는 미미한 몸짓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그것을 삶이라 부르고 성공을 위한 것이라 말하지만, 붕새의 눈에는 단지 한순간 스쳐 가는 티끌일 뿐이다.
작가는 이 오래된 우화를 부채라는 전통적 공간에 담아내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조용한 질문을 던진다. 무엇을 위해 그토록 다투고 있는가. 무엇이 그토록 놓을 수 없는 욕망인가. 넓은 하늘을 나는 붕새의 시선 앞에서 우리의 집착은 한없이 작아지고, 마음은 비로소 자유를 갈망하게 된다.
힘 있는 필획과 절제된 여백은 말보다 깊은 울림을 전한다. 비어 있는 공간은 허무가 아니라 무한한 자유이며, 먹빛은 침묵 속에서 더욱 깊은 철학을 들려준다. 그림과 글씨는 서로를 비추며 하나의 사유가 되고, 보는 이의 마음속에 오래 머무는 여운을 남긴다.
김경미의. 이 작품은 장자의 『소요유』를 그린 것이 아니라, '소요'라는 삶의 경지를 보여준다. 세속의 높고 낮음을 초월하여 자유롭게 노니는 정신, 그 정신이야말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날개일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