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가계대출이 다시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은 전월보다 7조6000억원 증가하며 1년 10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수도권 주택 거래 회복에 따른 주택담보대출 확대와 증시 활황에 따른 신용대출 증가가 동시에 나타난 결과다. 부동산과 금융시장으로 자금이 몰리는 현상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키운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는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급증한 이후 시차를 두고 대출이 본격적으로 늘어나는 전형적인 흐름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계약된 주택의 잔금과 중도금 수요까지 반영되면 당분간 대출 증가세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가계부채는 한 번 불어나기 시작하면 금융 안정성을 위협하는 구조적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신중한 대응이 요구된다. 신용대출 증가도 눈여겨봐야 한다. 개인 투자자들의 이른바 ‘빚투’가 다시 확대되고 있다는 것은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경우 가계의 상환 부담이 동시에 확대될 수 있다는 의미다. 주식시장이 상승할 때는 투자 확대가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지만, 과도한 레버리지는 결국 개인과 금융시스템 모두에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단 대출 증가를 무조건 억제하는 방식이 능사는 아니다. 실수요자까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면 시장 왜곡이 더 커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투기성 자금과 실수요를 정교하게 구분하는 정책이다. 금융당국도 총량 관리에만 의존하기보다 지역별 시장 상황과 대출 목적을 면밀히 살피는 세밀한 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기업대출 증가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가계로만 자금이 쏠리는 현상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생산적인 투자보다 부동산과 금융자산으로 유동성이 집중되면 경제의 성장 잠재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자금이 기업 투자와 혁신으로 흘러가야 경제 선순환이 가능하다. 가계부채는 한국 경제의 오랜 숙제다. 단기적인 시장 흐름에 안도하거나 일률적인 대출 규제로 대응할 문제가 아니다. 부동산 시장 안정과 금융시장 건전성, 실수요자 보호라는 세 가지 원칙을 균형 있게 유지하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