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오후 5시면 셔터 내리는 국제시장…“젊은이는 없었다”

시사1 노은정 기자 | 영화 국제시장 속 부산 국제시장은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골목마다 손님이 넘쳤고, 상인들의 목소리가 시장 전체를 메웠다. 하지만 6일 기자가 찾은 국제시장은 그 기억과는 사뭇 달랐다. 오후 5시가 가까워지자 하나둘 철제 셔터가 내려갔고 골목은 금세 한산해졌다.

 

한때 밤늦도록 불을 밝히던 시장은 이제 해가 지기도 전에 영업을 마무리한다. 상인들은 “손님이 없으니 문을 열어둘 이유도 없다”고 입을 모았다.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한 상인은 진열대에 놓인 국산 제품을 가리키며 “우리 가게 물건은 대부분 국산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국인 손님들도 거의 한국산 제품을 찾는다”며 “품질은 여전히 국산이 좋다는 걸 인정하지만 문제는 가격”이라고 부연했다.

 

잠시 말을 멈춘 이 상인은 “계속 싼 수입품이 들어오니까 국내 소규모 공장이나 가내수공업이 버티질 못한다”며 “하나둘 문을 닫다 보면 결국 국내 제조 기반 자체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생산 현장이 다음 세대로 이어지기 어려운 구조가 된 것 같아 안타깝다”며 “국내 제조업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도 더 필요하지 않겠나”라고 부연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만난 한 상인은 이 시장에서만 54년째 장사를 이어오고 있다. 그는 국제시장의 변화를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봤다. 그는 “국제시장 A·B동에 아직 600개 정도 점포는 남아 있지만 1층, 2층에도 빈 가게가 꽤 많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시장 골목을 오가는 사람들의 국적도 예전과는 달라졌다. 생활용품을 파는 상인은 “손님의 절반 정도는 외국인”이라고 했고, 54년째 장사한 상인은 “이 골목만 놓고 보면 손님의 80%는 외국인 관광객”이라고 말했다.

 

한때 부산 상권의 중심이었던 국제시장은 이제 관광객이 끊기면 함께 멈춰서는 시장이 됐다. 한국산 제품을 찾는 외국인의 발길이 그나마 시장을 지탱하고 있지만 ▲국내 제조업의 쇠퇴 ▲고령화 ▲후계자 부재 등이 겹치면서 시장의 활기는 점점 옅어지고 있었다.

 

6일 오후 5시, 셔터가 내려가는 국제시장의 풍경은 단순한 영업 종료가 아니라 지역 제조업과 전통시장의 현실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단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