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압구정 재건축 ‘첫’ 관문 통과의 의미

서울 강남 재건축의 상징인 압구정2구역이 사업시행계획을 위한 통합심의를 처음 통과했다. 압구정 2·3·4·5구역 가운데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잠실주공5단지와 은마아파트에 이어 압구정까지 본격적인 사업 궤도에 오르면서 서울의 대규모 재건축 사업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결정은 수년간 지연됐던 정비사업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신호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노후 주거단지의 안전 문제와 주거환경 개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재건축이 지연될수록 주민들의 불편은 커지고 도시 경쟁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적정한 절차를 거쳐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도시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압구정2구역은 최고 66층 규모의 한강변 주거단지로 조성되며, 공공보행통로와 입체보행교, 공원, 개방형 커뮤니티시설 등을 함께 계획하고 있다. 과거 재건축이 단순히 아파트를 새로 짓는 사업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도시공간과 공공성을 함께 설계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한강 접근성을 높이고 시민에게 열린 공간을 확대하려는 시도 역시 도시의 공공가치를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단 속도만을 강조해서는 안 된다. 서울시가 최근 강남권 대형 재건축 사업의 인허가 절차를 잇달아 진행하면서 시장에서는 공급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대규모 정비사업은 주택 공급뿐 아니라 교통, 교육, 기반시설, 지역 상권 등 도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이다. 충분한 기반시설 확충과 공공기여 방안이 함께 마련되지 않는다면 재건축의 사회적 편익은 반감될 수 있다.

 

압구정 재건축의 첫발은 서울 정비사업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성공 여부는 사업 승인 속도가 아니라 도시의 품격을 얼마나 높이고 시민 모두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내느냐에 달려 있다. 서울시와 사업 주체 모두 속도와 공공성, 개발과 균형이라는 두 축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