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1 박은미 기자 |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무력 충돌을 중단하고 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해협 관리 권한을 둘러싼 양측의 입장 차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아 긴장이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8일(현지시간)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은 지난 25일부터 이어진 호르무즈 해협 일대의 공격과 보복을 중단하고 협상에 나서기로 했다.
양측은 오는 30일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회담을 열고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분쟁 해소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합의는 양국이 지난 17일 체결한 종전 양해각서(MOU)가 사실상 무력화될 위기를 가까스로 넘긴 결과로 평가된다. 미국과 이란 모두 전면전 재개를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군사적 충돌을 중단하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과의 전쟁 이후 악화한 경제 상황을 수습하고 국내 안정을 도모할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미국 역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과 물가 부담을 최소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단 최근 충돌은 양측이 종전 양해각서의 내용을 서로 다르게 해석하면서 발생했다. 양해각서 5조에는 ‘이란은 상업 선박의 안전한 통항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란은 이를 근거로 호르무즈 해협 관리 권한이 자국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호르무즈 해협 관리와 해상 교통의 완전한 복원은 이란의 책임”이라며 “다른 어떤 국가나 기관도 이에 대한 권한을 갖지 않는다”고 밝혔다.
반면 미국은 국제관습법과 유엔해양법협약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과 같은 국제수로에서는 자유로운 통과 통항권이 보장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양측의 해석 차이는 곧바로 군사적 충돌로 이어졌다. 이란은 지난 25일 오만 연안을 따라 운항하던 민간 선박을 공격하며 자국이 지정한 항로 이용을 요구했고, 미국은 이에 대응해 호르무즈 연안의 이란 통신시설과 드론·미사일 기지 등 군사시설을 공습했다. 이후 이란은 바레인과 쿠웨이트의 미군 기지를 드론과 미사일로 공격했고, 미국도 추가 보복에 나서면서 긴장이 급격히 고조됐다.
따라서 한때 정상화되는 듯했던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도 다시 불안정해졌다. 미 해군이 주도하는 다국적 연합기구인 ‘연합해양정보센터(JMIC)’는 최근 잇따른 상선 공격을 반영해 호르무즈 해협의 해상안보 위협 수준을 ‘상당함’으로 상향 조정했다.
양국은 이번 합의에 따라 교전을 중단하고 선박의 자유로운 통항을 보장하기로 했지만,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갈등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보고 있다. 이란은 해협 관리의 배타적 권한을 계속 주장하는 반면 미국은 이를 국제법상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 수단으로 활용해 국제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상황을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이란은 미국·이스라엘과의 전쟁 과정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세계 경제와 에너지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협상 카드로 활용한 바 있다. 양국은 지난주 스위스에서 열린 고위급 회담에서 호르무즈 해협 내 우발적 군사 충돌을 막기 위해 미군과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간 직통 연락체계(핫라인)를 구축하기로 합의했지만 아직 가동되지는 않고 있다.
국제유가도 호르무즈 해협 정세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브렌트유 8월물은 전 거래일보다 0.8% 오른 배럴당 72.57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WTI) 8월물은 1.3% 상승한 배럴당 70.11달러에 거래되며 중동 정세에 따른 변동성을 이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