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쿠팡’ 때와 너무 다른 ‘티빙’ 개인정보 유출 참사

시사1 장현순 기자 | 1953만명. 현재까지 파악된 티빙 개인정보 유출 규모다. 정부의 초기 발표보다도 크게 늘어난 수치로,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대형 정보 유출 사고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이번 사태를 둘러싼 사회적 관심과 긴장감은 놀라울 만큼 낮다.

 

비슷한 규모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했을 때를 떠올려 보면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피해 규모와 보상 대책, 기업의 책임, 정부의 제재 수위까지 연일 주요 뉴스가 됐고 소비자들의 불안도 컸다. 그러나 티빙 사태는 상대적으로 조용히 지나가는 모습이다.

 

이용자 수가 적어서일까. OTT 서비스여서 체감이 덜한 것일까. 이유야 어떻든 개인정보 유출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이름과 생년월일, 계정 정보는 물론 연계정보(CI)와 중복가입확인정보(DI) 같은 민감한 식별 정보까지 외부에 노출됐다면 2차 피해 가능성을 가볍게 볼 수 없다.

 

더 우려되는 점은 사고의 실체가 아직도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해킹 이후 상당한 시간이 지났지만 정확한 피해 범위조차 확정되지 않았고, 유출 대상에 휴면 계정이나 제휴 서비스를 통해 생성된 계정이 포함됐는지도 조사 중이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정보가 어떤 상태인지조차 알기 어려운 상황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이번 사태는 단순한 보안 사고를 넘어 존립과 직결된 문제다. 티빙은 오랫동안 적자를 이어온 상황에서 대규모 보상과 신뢰 회복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여기에 추진 중인 기업 가치 평가나 사업 재편에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하지만 재무적 부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신뢰다. 콘텐츠 플랫폼은 결국 이용자가 계정을 만들고 결제 정보를 맡겨야 성립하는 사업이다.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면 서비스 경쟁력 자체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조용하다고 해서 문제가 작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사회적 관심이 적을수록 기업의 책임과 후속 조치가 충분히 검증되지 못한 채 넘어갈 가능성이 커진다. 피해 규모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보상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며, 재발 방지 대책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일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

 

이번 티빙 사태가 남긴 가장 큰 교훈은 개인정보 보호의 기준이 기업의 규모나 인지도에 따라 달라져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수천만 건의 정보가 유출된 사건이라면 그에 걸맞은 관심과 감시, 그리고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 그것이 이용자의 신뢰를 지키는 최소한의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