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1 장현순 기자 |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국무총리실 사회대개혁위원회의 ‘국가 반도체산업 정책 공론화’ 주장에 대해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이 강하게 반발하면서다.
공론화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중요한 절차다. 사회적 갈등이 크거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충돌하는 사안에서는 다양한 의견을 듣고 합의를 모색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모든 정책을 공론화의 대상으로 돌리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특히 이미 국가정책으로 결정돼 행정 절차와 사법적 판단까지 상당 부분 진행된 사업이라면 더욱 그렇다.
반도체 산업의 본질은 속도다. 기업들은 투자 시점을 놓치면 경쟁력을 잃고, 글로벌 공급망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수백조 원 규모의 설비 투자는 전력과 용수, 인력, 물류, 협력업체 생태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된다. 한 번 계획이 확정된 뒤에도 지연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용인 국가산단 역시 이런 맥락에서 추진돼 왔다. 정부 정책과 기업 투자 계획이 맞물려 진행 중인 상황에서 다시 공론화 논쟁에 휘말릴 경우 시장이 받는 신호는 단순하지 않다. 국내 기업뿐 아니라 한국을 투자처로 바라보는 해외 자본에도 “정권이나 여론 변화에 따라 국가 프로젝트가 흔들릴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지역균형발전의 필요성을 외면하자는 뜻은 아니다. 반도체 산업을 전국으로 확산하고 지방에도 성장 거점을 만드는 노력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 다만 그 방식은 기존 프로젝트를 흔드는 제로섬 접근이 아니라 새로운 투자 유치와 기반시설 확충, 인재 양성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는 방향이어야 한다.
정책의 일관성은 산업 경쟁력의 중요한 축이다. 기업이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국가도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반도체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는 지금 필요한 것은 끝없는 논쟁보다 신속하고 안정적인 실행이다.
반도체는 정치적 구호보다 시장의 시간표에 민감하다. 산업정책은 결국 기업과 투자자에게 신뢰를 주는 방향으로 설계될 때 비로소 경쟁력을 갖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