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없이 맺어지는 관계를 묻다, '혼의 연'

6월 17일부터 21일까지 탈영역 우정국 에서

 

시사1 민경범 기자 | 다원예술 퍼포먼스 '혼의연(婚意演'이 오는 6월 17일부터 21일까지 서울 마포구 탈영역 우정국에서 열린다.

 

전시는 매일 오후 4시부터6시까지, 공연은 오후 7시부터 8시까지 진행된다. 작가이자 총괄 연출을 맡은 미디어아티스트 윤대원은 전통 혼례의 형식과 상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비접촉적 소통과 매개된 관계가 일상이 된 오늘날 '만남'과 '결속'의 의미가 어떻게 변형되는지를 묻는다.

 

《혼의연》은 신체가 없는 가상의 두 존재가 결혼이라는 장치를 통해 부부가 되는 상상에서 출발한다.

 

예식의 중심에 서야 할 신랑과 신부는 가림막 뒤에 가려져 있고, 그들의 모습은 정면 스크린을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다.

 

스크린 속 형상은 인공지능에 의해 끊임없이 생성되고 변형되며, 실재하는 사람 같다가도 끝내 누구의 것도 아닌 이미지로 흐려진다. 신랑과 신부의 손만 등장하는 의례적 행위를 통해, 실체 없는 존재들이 결혼의 형태를 갖춰가는 과정이 펼쳐진다.

 

여기서 인공지능은 미래 기술의 전시가 아니다. 작가 본인이 직접 적어둔 메모처럼, "AI 이미지는 외부의 시선으로 구성된 신체"다.

 

SNS 프로필이나 아바타처럼, 디지털 공간의 신체는 언제나 타인의 입력값으로 재편성되어 왔다. 《혼의연》의 신랑·신부가 고정된 실체 없이 변형되는 이미지로만 존재하는 것은 바로 그 조건을 무대 위에 옮겨놓은 것이다.

 

작품 제목 《혼의연(婚意演)》에서 '혼(婚)'은 결속의 형식을, '의(意)'는 내면의 의지를, '연(演)'은 수행과 재현을 뜻한다. 퍼포먼스, 영상, 인터랙티브 장치가 결합된 구조속에서, 전안례·서천지례·합근례 등 전통 혼례의 절차가 재구성된다.

 

혼례상에는 구절판과 표주박 잔, 기러기 등 전통 상징물이 놓이며, 일부 오브제에는 센서가 결합되어 영상과 사운드가 반응하도록 구성된다.

 

이 작품에서 관객은 단순한 관람자가 아니다. 관객은 하객의 위치에서 실체 없는 두 존재의 결합을 목격하고 증언하는 동시에, QR 링크를 통해 직접 프롬프트를 입력하며 신랑·신부의 이미지 생성에 영향을 준다. 관객의 함성과 박수 소리는 인공지능 변형의 강도를 조절한다.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화면을 통해관계를 만들어가는 이 낯선 장면은, 접촉보다 접속이 더 익숙해진 우리의 관계 맺기 방식과 닮아 있다.

 

윤대원은 퍼포먼스와 미디어 매체를 기반으로, 신체 행위와 디지털 그래픽을 융합한 영상 및 미디어 설치 작업을 이어왔다. 그는 "미디어 환경을 거부하고 벗어나야 한다고 외치기보다는, 우리가 '몸'이라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감각하면서 어떤 방식으로 함께해야 하는지를 질문하고 싶다"고 밝혔다.

 

《혼의연》은 실재와 비실재가 교차하는 혼례의 장면을 통해 "신체적 접촉이 사라지고 매개된 이미지와 데이터가 관계를 대신하는 상황에서, 만남과 결속은 여전히 유효한가"라는 동 시대적 질문을 관객에게 던진다. 본 공연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26년 청년예술가도약지원〉의 지원을 받아 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