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물가 폭등 대책 서둘러야 할 때다

고물가의 그림자가 한국 경제 전반을 짓누르고 있다. 올해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지난해보다 늘었지만, 물가 상승분을 제외한 실질소득 증가율은 0.4%에 그쳤다. 겉으로는 월급이 오른 듯 보이지만, 실제 체감 생활은 나아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치솟는 물가가 가계의 구매력을 사실상 잠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지출 증가 속도가 소득 증가를 훨씬 앞지르고 있다는 점이다.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5.3% 늘었다. 이는 소비 확대라기보다 식료품과 생필품 가격 급등에 따른 생존 비용 증가에 가깝다. 특히 저소득층의 어려움은 더욱 심각하다. 소득 하위 20% 계층의 소비지출 증가율은 7.3%에 달했다. 먹고 사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비용조차 감당하기 어려워지면서 적자 가계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물가는 모든 국민에게 부담이지만, 저소득층일수록 타격이 더 크다. 생활비와 주거비 비중이 높은 취약계층은 장바구니 물가 상승의 충격을 고스란히 떠안는다. 고물가는 사실상 서민에게 더 무겁게 부과되는 ‘역진세’와 다름없다. 지금의 물가 상승은 단순한 경제 지표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삶의 질과 직결된 민생 위기다.

 

우려되는 것은 앞으로 상황이 더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7%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이란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과 원-달러 환율 급등은 수입 물가를 밀어 올리고 있다. 여기에 생산자 물가 상승이 시차를 두고 소비자 물가에 반영되면 체감 물가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대기업 성과급 지급으로 풀리는 유동성 역시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방침을 공식화한 것은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고물가가 장기화되면 경제의 기초체력 자체가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금리 인상은 가계부채 부담과 경기 둔화라는 또 다른 고통을 동반한다. 결국 통화정책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정부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재정 확대가 물가 불안을 자극하지 않도록 신중히 접근하되,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은 더욱 두텁게 해야 한다. 공공요금 안정, 식료품 가격 관리, 에너지 비용 부담 완화 등 체감 가능한 대책도 서둘러야 한다. 기업 역시 과도한 가격 인상과 비용 전가를 자제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할 필요가 있다.

 

고물가 시대는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와 기업, 가계 모두가 현실을 직시하고 체질 개선과 고통 분담에 나서야 한다. 물가 안정 없이는 민생 안정도, 경제 회복도 기대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