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5·18민주화운동의 정치적 소비, 사라져야 할 대상이다

5·18 민주화운동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비극이자 역사다. 희생자와 유가족의 상처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며, 이를 왜곡하거나 희화화하는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최근 스타벅스코리아의 ‘탱크데이’ 이벤트 논란이 거센 사회적 비판을 받은 것도 같은 이유다. 기업의 무감각한 마케팅이 역사적 아픔과 맞물릴 경우 얼마나 큰 상처를 남길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였다.

 

문제는 이후 정치권의 대응이다. 사건의 본질은 역사 인식의 부족과 기업의 부주의에 대한 책임 규명이어야 하지만, 정치권은 이를 또 다른 진영 대결의 소재로 끌어들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해당 논란에 대해 “도덕적·행정적·법적·정치적 책임”까지 언급하며 강경 대응 의지를 밝혔다. 5·18 왜곡과 민주주의 훼손에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메시지 자체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 단 국가 권력이 기업 논란에 대해 어디까지 개입하고 어떤 책임을 물을 것인지는 보다 신중해야 한다. 정치권의 분노 표출이 자칫 과잉 대응 논란으로 이어질 경우, 본래의 역사적 의미마저 흐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역시 이를 곧바로 정치적 이중잣대 공세로 연결하며 민주당 후보 문제와 결부시켰다. 물론 공적 책임과 정치적 일관성을 묻는 문제 제기 자체는 가능하다. 단 5·18 민주화운동을 둘러싼 논란이 상대 진영을 공격하기 위한 정쟁의 소재로 소비되는 순간, 민주주의 역사에 대한 존중은 뒷전으로 밀려난다.

 

5·18 민주화운동은 특정 정당이나 정치세력의 전유물이 아니다. 더더욱 선거 국면에서 유불리를 따지는 정치적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희생자들의 이름 위에 상대를 공격하고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방식의 정치는 결국 공동체의 역사적 기억을 소모품으로 만드는 일이다. 정치권은 이제라도 경쟁적으로 분노 수위를 높이는 데 몰두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역사 왜곡을 막고 민주주의 가치를 다음 세대에 제대로 전할 것인지에 집중해야 한다. 기업 역시 단순 사과를 넘어 내부 검증 시스템과 역사 감수성을 근본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민주주의의 역사는 소비의 대상도, 선거 전략의 재료도 아니다. 5·18을 진정으로 기억한다면 필요한 것은 정치적 활용이 아니라 책임 있는 태도와 절제된 언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