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1 박은미 기자 | 미국 캘리포니아주 작은 도시의 시장 한 명이 던진 충격은 결코 작지 않다. 에일린 왕 아카디아 시장이 중국 정부를 위한 선전·영향력 공작에 가담한 혐의를 인정하고 사임한 사건은 단순한 지방 정치인의 일탈이 아니다. 중국이 얼마나 집요하고 장기적인 방식으로 해외 정치권과 지역사회에 침투하려 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더 주목해야 할 대목은 중국 당국이 왕 시장을 ‘정치적 스타’로 육성하려 했다는 미국 검찰의 판단이다. 단순히 기사 몇 건을 올리는 수준이 아니라 지방 권력 구조 안으로 영향력을 심고, 친중 인사를 키워 정책 결정 과정까지 접근하려 했다는 의미다. 실제로 왕 시장은 중국 측 지시에 따라 기사를 게시하고 성과를 보고하는 등 조직적으로 움직인 정황이 드러났다.
문제는 이런 일이 미국에서만 벌어진다고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 한국 역시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경제·산업·문화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지방정부 교류와 기업 투자, 유학생·교민 사회, 온라인 플랫폼 등 중국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통로도 다양하다.
특히 최근에는 전통적 간첩 활동보다 여론전과 정보전, 온라인 선전 활동이 더 교묘해지고 있다. 특정 정치인이나 단체, 지역사회와 관계를 구축하고 장기간 우호적 환경을 만드는 방식이다. 겉으로는 민간 교류와 경제 협력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 정치적 목적과 정보 수집 의도가 숨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모든 대중(對中) 교류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국제 교류와 경제 협력은 필요하다. 그러나 국가 안보와 민주주의 시스템을 흔들 수 있는 조직적 영향력 공작에 대해서는 분명한 경계선이 필요하다.
더 우려스러운 건 한국사회의 안보 감수성이 과거보다 둔감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간첩이나 해외 영향력 공작이라는 단어를 시대착오적이라고 치부하는 분위기도 적지 않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 주요국들은 이미 중국발 영향력 공작을 핵심 안보 위협 중 하나로 규정하고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방 정치권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중앙 정치보다 상대적으로 검증과 감시가 느슨한 지방정부와 지방의회는 해외 세력이 접근하기 더 쉬운 공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 사례도 지방 도시에서 시작됐다.
대한민국도 이제는 “설마 우리까지”라는 안일함에서 벗어나야 한다. 민주주의와 국가 시스템은 외부의 조직적 침투와 영향력 공작 앞에서 생각보다 쉽게 흔들릴 수 있다. 경계심은 과장이 아니라 국가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현실 인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