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빠른 승진’보다 중요한 ‘공직사회의 신뢰’

시사1 김아름 기자 | 정부가 성과 중심 인사 혁신을 내세우며 ‘5급 조기승진제’와 ‘부전문관’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능력 있는 공무원을 빠르게 발탁하고, AI 등 미래 분야 전문성을 키우겠다는 취지 자체는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문제는 제도의 방향보다, 그것이 실제 공직사회에서 어떻게 작동하느냐다.

 

특히 6급 공무원을 조기 특별승진시키는 방안은 자칫 공직사회 내부의 상대적 박탈감과 불신을 키울 가능성이 적지 않다. 정부는 성과심사와 역량평가, 면접 등을 통해 공정하게 선발하겠다고 설명하지만, 공무원 사회에서 승진은 단순한 인사 절차가 아니라 조직 전체의 신뢰와 직결되는 문제다. 평가 기준이 조금만 불투명해도 “누가 누구를 밀어줬다”는 뒷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공직사회는 오랜 기간 연공서열 중심 문화 속에서 운영돼 왔다. 물론 시대 변화에 맞춰 성과 중심 체계로 전환할 필요는 있다. 그러나 충분한 공감대와 객관적 기준 없이 속도전부터 앞세운다면 조직 내부 갈등만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 “열심히 일해도 결국 줄 잘 서는 사람이 승진한다”는 냉소가 퍼지는 순간, 제도의 명분은 힘을 잃는다.

 

부전문관 제도 역시 우려 지점이 있다. 특정 분야에 장기 근무하며 전문성을 쌓게 한다는 구상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일부 직렬·부처에 기회가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 AI 같은 첨단 분야는 주목받겠지만 상대적으로 민원·현장 업무를 담당하는 다수 공무원들은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 전문성 강화가 또 다른 ‘엘리트 코스’로 변질되지 않도록 세심한 설계가 필요하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이번 개편을 지나치게 ‘성과’ 중심 언어로만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직은 기업과 다르다. 단기간 실적만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업무가 많고, 때로는 보이지 않는 행정의 연속성과 안정성이 더 중요하다. 숫자로 드러나는 성과 경쟁이 심화될 경우 공직사회가 보여주기식 실적 쌓기에 매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인사 혁신은 필요하다. 하지만 공직사회의 신뢰를 흔들면서까지 서둘러서는 안 된다. 승진 속도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구성원들이 결과를 납득할 수 있는 공정성이다. 제도가 성공하려면 “누가 더 빨리 올라갔느냐”보다 “왜 그 사람이 선택됐는가”에 모두가 동의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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