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외환보유액 ‘반등’의 이면…구조적 부담 여전

시사1 김기봉 기자 | 외환보유액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는 숫자만 보면 시장은 일단 안도감을 느끼기 쉽다. 4278억 달러라는 규모는 여전히 ‘충분한 방어력’을 상징하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흐름을 단순한 회복 신호로 읽기에는 구조적인 긴장이 여전히 남아 있다.

 

한국은행이 설명한 증가 요인은 명확하다. 달러 약세에 따른 비달러 자산의 환산 가치 상승과 운용 수익 증가다. 여기에 유가증권 평가액 확대까지 더해지면서 외환보유액은 한 달 만에 반등했다. 겉으로 보면 시장 안정과 자산 운용 성과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다.

 

하지만 같은 기간 외환보유액이 ‘쌓였다’기보다 ‘버티고 있는 구조’라는 점도 함께 읽힌다. 고환율 방어를 위해 국민연금과의 외환 스와프 등 정책적 수단이 지속적으로 동원되고 있기 때문이다. 외환보유액이 단순한 축적 자산이 아니라 환율 방어를 위한 실질적 개입 재원으로 쓰이고 있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결국 이번 증가는 외환 여건 개선의 결과라기보다 환율, 글로벌 달러 흐름, 운용 수익이 맞물리며 만들어낸 ‘회계적 반등’에 가깝다. 특히 블룸버그 달러 지수가 1.5% 하락한 점은 외환보유액 증가의 상당 부분이 시장 요인에 기댔음을 보여준다.

 

더 주목할 지점은 순위다. 한국은 외환보유액 국제 순위에서 12위를 유지하며, 이미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상태다. 단순한 숫자 증감보다 구조적 위치 변화가 더 오래된 신호일 수 있다. 외환의 절대 규모뿐 아니라 성장 속도와 비교 우위가 함께 흔들리고 있다는 의미다.

 

외환보유액은 위기 때만 주목받는 숫자지만, 사실은 경제 체력의 축적 기록이다. 지금의 반등을 안도감으로만 받아들이기에는, 그 이면에서 작동하는 환율 변수와 정책 부담이 여전히 겹겹이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