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그릇에 담긴 도시의 기억' 고궁 전주본접

시사1 신옥 기자 | 전주에서 비빔밥을 이야기할 때, 결국 한 번은 이곳을 지나게 된다. 고궁 전주본접은 단순한 식당이라기보다 ‘전주비빔밥’이라는 이름이 하나의 표준으로 굳어지는 과정에 깊숙이 자리해온 공간이다. 1970년 시작된 이곳은 반세기 넘게 같은 질문을 붙잡고 있다. 비빔밥은 어디까지 전통일 수 있는가.

 

이 집의 비빔밥은 화려함보다 정교함에 가깝다. 궁중 수라상에서 유래한 조리 방식은 여전히 그대로고, 놋그릇과 황포묵 같은 재료 선택에서도 과시보다 원형에 대한 집착이 먼저 느껴진다. 그릇을 비우는 행위가 아니라, 한 그릇을 완성하는 과정 자체를 중요하게 여기는 태도다. 익숙한 음식이지만, 익숙하게 흘려보내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매장 안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시선을 붙잡는 것은 ‘234인분 초대형 비빔밥 모형’이다. 다소 과장된 크기지만, 이 공간이 단순한 식당을 넘어 전주의 상징을 전시하는 방식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2층에 마련된 비빔밥 역사·문화 공간은 이 음식이 어떻게 지역의 얼굴이 되었는지를 설명하는 작은 박물관처럼 작동한다. 먹는 행위와 이해하는 행위가 한 건물 안에서 겹쳐진다.

 

이곳의 흥미로운 지점은 ‘전통’이라는 말을 단순한 보존이 아니라 기준의 유지로 이해한다는 데 있다. 전통을 박제하지 않고, 계속해서 현재의 기준으로 작동시키는 방식이다. 그래서 이곳의 비빔밥은 과거의 음식이 아니라 지금도 계속 업데이트되는 지역의 언어처럼 느껴진다.

 

물론 전주에는 수많은 비빔밥집이 있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지역의 맛을 설명하고, 자신만의 전통을 주장한다. 그 사이에서 고궁 전주본접은 조금 다른 위치에 서 있다. 새로운 해석을 덧붙이기보다는, 오래된 기준을 끝까지 밀고 가는 쪽에 가깝다. 그래서 호불호보다 기준점이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한 그릇을 비우는 시간 동안, 결국 남는 것은 맛보다도 이 도시가 무엇을 기준으로 자신을 설명해왔는가라는 질문이다. 1970년 시작된 이 집은 그 질문을 지금까지도 식탁 위에 올려두고 있다. 그리고 그 질문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사실 자체가, 이 공간의 가장 큰 존재 이유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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