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각계각층 시선 사로잡은 현대백화점 ‘비닐 투 비닐’

친환경은 이제 ‘선의’의 영역을 넘어 기업 경영의 생존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현대백화점이 ‘비닐 투 비닐(Vinyl to Vinyl)’ 시스템을 통해 폐비닐을 다시 비닐봉지로 재생산하고, 이를 실제 운영에 활용하고 있다는 점은 단순한 ESG 캠페인을 넘어선 변화로 읽힌다.

 

특히 이번 사례가 의미를 갖는 지점은 외부 변수에 대한 대응력이다. 국제 유가 상승과 원자재 수급 불안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기업이 친환경 시스템을 ‘비용 요소’가 아닌 ‘공급 안정 장치’로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친환경과 효율성이 더 이상 대립 개념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물론 이러한 시스템이 아직은 제한된 규모에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은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다. 전체 유통 구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은 만큼, 이를 곧바로 산업 구조의 전환으로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방향성이다. 폐기물을 비용이 아닌 자원으로 재정의하는 흐름은 분명 산업 전반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갖고 있다.

 

기업의 ESG 전략이 종종 ‘이미지 관리’에 머무른다는 비판도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이번처럼 실제 물류·공급망과 연결돼 운영 효율성까지 확보하는 방식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친환경이 선언이 아니라 시스템이 될 때, 비로소 지속가능성은 구호를 넘어 현실이 된다.

 

단 자원순환 구조가 안정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기업 단독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협력사, 소비자, 지역 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구조가 전제돼야 한다. 현대백화점이 추진 중인 수거 체계 확대와 분리배출 캠페인 강화는 그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제 기업들이 직면한 과제는 분명하다. 친환경을 ‘추가적인 활동’으로 둘 것인가, 아니면 ‘핵심 운영 체계’로 편입할 것인가의 문제다. 이번 사례는 그 선택이 이미 시작됐음을 보여준다. 지속가능성은 더 이상 선택지가 아니라 경쟁력의 기준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