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1 윤여진 기자 |서울시는 시민 안전을 강화한다는 명분 아래 지난 2년간 휴대용 ‘안심벨(헬프미)’ 보급 사업에 시민의 혈세 53억 원 이상을 투입해왔다. 그러나 본지 취재 결과, 이 장치는 서울시 행정구역을 벗어나면 작동하지 않거나, 앱 연동 실패로 절반 가까이가 사실상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내년부터 초등학생 30만 명 전원에게 안심벨을 배포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상태다.
실제로 작동하지 않는 안전장비는 안전이 아니다. 시민의 ‘불안’을 완화한다는 명분 아래 작동범위·운영상의 결함·기술적 대안 검토 없이 예산과 보급 규모만 확대되는 현실은, 안전정책이 본래의 목표를 잃고 ‘행정 성과’로 소비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낳고 있다.
본지는 단독기획 <서울시 ‘안심벨’의 민낯>을 통해 행정경계에 갇힌 안전망의 한계, 오작동과 방치가 구조화된 운영 시스템, 검증 없는 사업 확장과 공급체계의 문제점을 연속 보도한다.
안전을 향한 시민의 신뢰는 수치나 보도자료가 아닌, 실제 위기 상황에서 작동하는 체계로 증명되어야 한다. 이 연재는 서울시의 ‘안심’을 둘러싼 현실을 점검하고, 실질적 개선을 위한 공론의 출발점이 되고자 한다.
서울시가 시민 안전을 위해 보급 중인 휴대용 ‘안심벨(헬프미)’이 서울시 행정구역 밖에서는 작동하지 않는 구조적 한계가 드러나 안전 보장 착시만 키우는 혈세 낭비 행정이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서울과 경기도·인천을 오가는 수도권 통합 생활권 시민에게 장비를 나눠주면서도, 정작 서울을 벗어나는 순간 위급신호가 전달되지 않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시민에게 ‘안전이 지켜지고 있다’는 안전 착시만 키울 뿐, 실제 위기 상황에서는 혈세낭비에 가까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서울시는 2024년부터 올해까지 이 사업에 53억 원 이상을 투입했다. 서울시는 지난 9월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내년부터는 초등학교 1~2학년에게 배포했지만, 내년부터는 전 학년 36만 명에게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실제로는 시민안전 대책으로 홍보되고 있지만 핵심 기능 자체가 지역 경계에 의해 차단되는 셈이다.
고양시에서 서울 성동구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A씨(여·55)는 "최근 야간 귀가 중 낯선 남성이 뒤따라오는 상황을 겪어 안심벨을 눌렀으나 아무 반응이 없었다"면서 "서울을 벗어나자 벨이 안 눌립니다, 생활권 현실과 동떨어진 작동범위"라고 지적했다.
그는 “서울 안에선 된다고 하더니,경계 밖으로 나오니까 그냥 액세서리였다”면서 “‘안전장비’라고 믿었는데, 그 믿음 자체가 위험했다”고 토로했다.
서울을 중심으로 수백만 명이 일·주거·학교·통학을 넘나드는 수도권 생활 현실을 고려하면, 관제망이 서울시 내부에만 묶여 있는 구조는 시민 안전망으로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 ‘즉시 신고’ 아닌 CCTV 관제센타 경유 방식...골든타임 확보 불가능
안심헬프미 사업을 통해 배포되는 안심벨은 누르면 바로 112에 연결되는 ‘직통 신고 장치’가 아니다. 골든타임 확보가 가능하지 않은 작동구조라는 비판이 많다.
안심벨의 작동 절차는 △사용자가 버튼을 3초간 길게 누르면, △서울 자치구 CCTV 관제센터 서버로 신호가 전송되고, △관제요원이 신호 발생 위치 주변 CCTV 화면을 수동으로 찾아 상황 확인한 뒤 △관제센터 내 상주 경찰관에게 출동 요청, △관할 지구대 순찰차 배치로 이어진다.
즉, ‘즉각 구조 요청 → 즉시 출동’ 체계가 아니라, ‘상황 확인 → 판단 → 지시 → 출동’의 다단계 중계 구조로 이뤄져 있다.
안전장비 업계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버튼을 누르면 바로 경찰이나 보호자에게 위치·음성이 직접 전달되는 것이 최신 안전장비의 기본”이라면서 “서울시 방식은 보고 절차가 중간에 끼어 있어 골든타임이 불가피하게 지연된다”고 지적했다.
경찰 관계자도 안심벨 신고가 들어왔을 경우 작동방식에 따른 출동지연 구조를 인정했다. 서울시내 지구대 소속 B경감(50)은“112 직통 신고와 관제센터 중계 신고는 출동 속도에서 차이가 날 수 있다”고 했다.
■ 서울시는 “관제망 특성상 불가피”… 전문가 “작동범위 제한은 즉각 시정돼야”
서울시는 서울안심벨 헬프미 작동방식에 대한 본지의 질의에 대해 “통합 CCTV 관제체계가 현재는 서울시 단독 기반으로 구축되어 있다”며 “타 시·도와의 연동은 ‘향후 검토 사항’”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안전 전문가들은 ‘향후 검토’가 아니라 ‘기본 구조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시민안전정책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대다수 시민들의 생활권이 수도권 단위로 움직이는데, 안전망 작동범위가 서울시에 묶여 있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며 “전국 단일 긴급연동 체계 전환 없이는 안전은 착시에 불과하다”고 목청을 높였다.
서울시는 시민들이 언제 어디서든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홍보하지만, 현실에서 안심벨은 서울시 경계에서 멈추고 있다. 위기상황에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안전은 안전이 아니라 기대 착시에 불과하다. 서울시의 각성이 필요한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