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1 장현순 기자 | 중동 사태가 두 달 넘게 이어지면서 고유가와 원자재 수급 불안, 물류비 상승이 겹치며 국내 기업들의 경영 부담이 빠르게 가중되고 있다. 주요 업종을 중심으로 기업 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장기화 시 한국 경제 전반에 대한 충격 우려도 커지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기업들은 미국과 이란 간 휴전 논의에도 불구하고 중동 사태가 해소되지 않자 비상경영 체제를 지속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물류비 급등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장기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DS) 부문을 제외한 전 사업 영역에서 원가 부담이 커지면서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중심으로 비용 30% 감축에 나선 상태다. LG전자 역시 비용 효율화 기조를 강화하며 비상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1분기에만 계획 대비 2000억원 이상 원자재 비용이 추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되며, 2분기에도 부담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원자재 시장 충격은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산업 핵심 원료인 나프타는 수입 의존도가 높고, 이 중 상당 부분이 중동산이다. 나프타 가격은 톤당 971달러로 연초 대비 약 80% 급등했다. 단기 조달 물량은 이보다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상황이다.
국제 유가도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브렌트유 6월 인도분은 배럴당 111.26달러로 전장 대비 2.8% 상승했다. 세계은행은 올해 에너지 가격이 24% 오르며 2022년 이후 최고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물류비 부담도 커지고 있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중동 사태 직전보다 큰 폭 상승해 1800선을 웃돌고 있다. 물류 정상화에는 최소 9개월 이상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같은 비용 압박은 자동차, 정유, 석유화학 등 주력 산업 전반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석유화학 업계는 나프타와 핵심 원료 수급 불안으로 가동률 조정에 나서는 등 생산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 정유업계 역시 내수 가격 구조와 재고 손실 부담이 겹치며 수익성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업 심리도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 조사에 따르면 매출 기준 600대 기업의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전쟁 이후 두 달 연속 코로나19 이후 5년 8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자금 사정 BSI는 기준치 100을 밑도는 88.0으로 나타나 유동성 부담이 커진 것으로 분석됐다.
업계에서는 원자재 수급 다변화와 물류 안정화 대책이 시급하지만 단기간 내 구조적 해소는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동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국내 주력 산업 전반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