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1 박은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동 위기 속 호르무즈 해협 안전 확보를 위한 동맹국 공동 대응을 공식화하며 강도 높은 압박에 나섰다. 국제 유가 급등과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불안이 확산되는 가운데, 동맹의 책임 분담을 요구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이 국제 안보 질서의 새로운 시험대로 떠오르고 있다.
17일 외교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국과 일본, 중국, 프랑스, 영국 등 주요 국가를 지목하며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 보호를 위한 군함 파견을 요청했다. 당시에는 자발적 참여를 기대하는 수준의 메시지였지만, 이후 발언 수위는 빠르게 높아졌다.
15일에는 파병 요청 국가를 7개국으로 확대하며 “긍정적 반응을 보인 국가도 있고 관여를 꺼리는 국가도 있다”고 언급했고, 이어 “지원 여부를 우리는 기억할 것”이라고 경고성 메시지를 내놓았다. 동맹의 선택이 향후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16일 백악관 발언에서는 압박의 성격이 더욱 분명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각국의 중동 원유 의존도를 거론하며 “일본은 95%, 중국은 90%, 한국은 35%를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들여온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일본과 한국, 독일에 대규모 병력을 두고 있다”며 미국의 안보 지원을 동맹 협력의 근거로 제시했다.
이는 단순한 파병 요청을 넘어 미국이 제공해온 ‘안보 우산’을 기반으로 동맹의 역할 확대를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은 우리에게 감사할 뿐 아니라 우리를 도와야 한다”고 말하며 공동 책임론을 전면에 내세웠다.
미국은 외교 채널을 통한 압박도 병행하고 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조현 외교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호르무즈 해협 안전 확보와 국제 유가 안정을 위해 국가 간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와도 잇따라 고위급 통화가 진행되며 동맹국 참여 논의가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해상 통로다. 이란에 의한 사실상 봉쇄 상황이 이어지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고, 미국 역시 정치·경제적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위기를 계기로 동맹 중심의 해상 안보 체계를 구축하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미국 안보에 상당 부분 의존하는 한국과 일본 입장에서는 이번 요구가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은 중동 원유 의존도가 높고, 동시에 주한미군의 대북 억지력에 의존하는 구조적 현실 속에서 전략적 선택을 요구받는 상황에 놓였다.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추가 압박 수단으로 관세 카드까지 활용할 가능성도 주목하고 있다. 그는 집권 이후 무역뿐 아니라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관세를 협상 지렛대로 활용해온 만큼, 동맹 참여 여부가 향후 경제 협상과도 연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동 위기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결단은 동맹의 역할과 책임을 재정의하는 분수령이 되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에너지 안보 연합’ 구상이 현실화될지 국제사회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