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7학년도 의과대학 정원을 3548명으로 확정하며 지역 중심 의료 인력 확충 정책을 본격화했다. 증원 이전인 2024학년도보다 490명이 늘어난 규모이며, 확대 인원 전원을 지역의사 전형으로 선발하기로 한 점은 이번 정책의 방향성을 분명히 보여준다. 수도권 쏠림으로 고착된 의료 격차를 완화하겠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그간 지역 의료 붕괴는 단순한 인력 부족을 넘어 국가 균형발전의 핵심 과제로 지적돼 왔다. 응급·필수의료 공백, 지방 병원의 전문의 확보 난항, 지역 간 의료 접근성 격차는 국민 삶의 질과 직결된 문제다. 이번 정원 배정이 지방 국립대와 소규모 의대를 중심으로 이뤄진 것은 이러한 현실을 반영한 정책적 선택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정원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나는 대학들이 등장한 것은 지역 의료 인력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주목할 점은 단순한 숫자 확대를 넘어 ‘지역에서 교육받고 지역에서 일하는 의사’를 양성하려는 구조 설계다. 지역 병원 실습 여부를 평가에 반영하고, ‘무늬만 지역의대’에 감점을 적용한 것은 의료 인력의 실질적 지역 정착을 유도하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그동안 제기돼 온 정책의 허점을 보완하려는 노력이라는 점에서 긍정적 신호다.
물론 과제도 남아 있다. 교육 인프라와 수련 환경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정원 확대는 오히려 교육의 질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역 병원의 수련 역량 강화, 교수 인력 확충, 임상 실습 환경 개선이 동시에 추진돼야 정책 효과가 온전히 나타난다. 의료계와의 소통 역시 지속적으로 이어가야 한다.
그럼에도 이번 정원 확대는 의료 정책이 ‘수도권 중심 공급’에서 ‘지역 균형 의료체계 구축’으로 전환되는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걸 만하다. 인력 양성은 단기간에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정책이지만, 지금의 선택이 10년 뒤 지역 의료의 모습을 결정한다.
의대 정원 확대가 단순한 숫자 논쟁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 의료 회복의 실질적 전환점이 되기 위해서는 정부와 대학, 의료계가 같은 목표를 공유해야 한다. 이번 결정이 갈등의 연장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의료 체계를 만드는 협력의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