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어느 쪽이니, 빨간 쪽이니 파란 쪽이니. 남의 탓을 하지 말아라, 우리 모두의 잘못이다."
데뷔 50주년을 맞은 가수 최백호가 지난 주말 콘서트에서 공개한 신곡 '같은 노래(가제)'의 가사다. 평생을 '낭만 가객'으로 살아온 그가 처음으로 대한민국의 이념 대립을 정면으로 노래했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무섭기는 하다"며 발매를 망설이고 있다고 한다. 주변에서도 50년간 쌓아온 이미지에 정치적 오해가 씌워질까 봐 만류한다고 한다.
중립을 지키며 화합을 이야기하는 것조차 용기가 필요한 시대. 이것이 2025년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 투표 인증샷의 옷 색깔 하나로 정치 성향을 재단하고, 특정 식당을 가거나 특정 상품을 사는 것만으로도 진영이 나뉘는 사회. 우리는 언제부턴가 '빨강'과 '파랑' 사이에서 중립이라는 선택지를 스스로 지워버렸다. 그 결과 대가급 예술가조차 건강한 비판을 담은 노래 한 곡을 내는 데 심리적 압박을 느끼는 지경에 이르렀다.
최백호는 선배 나훈아의 행보에서 자극을 받았다고 했다. 나훈아는 과거 공연에서 "오른쪽이든 왼쪽이든 다 문제"라며 정치권 전체를 비판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명확하다. 특정 진영을 옹호하거나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분열 그 자체를 문제 삼는다는 것이다.
"어른은 아무나 되는 게 아니다."
최백호가 던진 이 말은 우리 사회 전체를 향한 질문이기도 하다. 70 평생 한 세대를 관통해온 사람으로서, 이제는 필요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책임감. 진영 논리에 매몰되지 않고 국가의 발전을 고민하는 자세. 이것이 진정한 어른의 모습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과연 어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 아니, 어른이 되려고 노력은 하고 있는가. "우리 모두의 잘못"이라는 가사처럼 자기 성찰은 사라지고, 남 탓만 하는 풍토가 만연해 있다. 정치인은 상대 진영을, 언론은 서로를, 시민들은 또 다른 시민을 적으로 규정한다.
노래는 본래 사회를 풍자하고 비판하는 그릇이었다. 최백호의 신곡은 특정 진영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정치권 전체의 무능과 우리 사회의 분열을 꼬집는 건강한 풍자다. 이것이야말로 예술이 해야 할 역할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마저도 '어느 쪽 편'으로 재단하려 든다.
최백호의 아버지는 제2대 국회의원을 지냈지만, 그는 아버지의 후광 없이 불우한 어린 시절을 견디며 예술가로 성장했다. 그런 그가 50년 만에 꺼내 놓은 '정치적이지 않은 정치적 노래'는, 사실 대한민국을 향한 가장 뜨거운 위로일지도 모른다.
관객들이 노래를 듣자마자 탄성을 지르며 박수를 보낸 건, 우리 사회가 통합의 메시지에 얼마나 목말라 있는지를 보여준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을.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을.
"넌 어느 쪽이니?"
이 질문 앞에서 우리가 찾아야 할 답은 '빨강'도 '파랑'도 아닌 '우리'다. 그가 두려움을 극복하고 이 곡을 발매한다면, 그것은 대중음악사에 남을 화합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 역시 편 가르기를 멈추고, 어른이 되는 길을 함께 걸어가야 한다.
두려움을 이긴 낭만이 세상을 바꾼다. 최백호의 용기가 대한민국의 용기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