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그룹이 자회사 에식스솔루션즈(에식스)의 상장을 철회했다. 소액주주 반발이 장기간 이어진 데다, 이재명 대통령이 중복상장을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지목하며 부정적 인식을 드러낸 것이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결정은 기업 전략의 변화라는 차원을 넘어, 한국 자본시장이 무엇을 우선해야 하는지를 다시 묻는 계기가 됐다.
중복상장은 기업이 자금 조달과 가치 제고를 동시에 노리는 전략이지만, 주주 입장에서는 지배구조 문제와 가치 희석 우려가 상존한다. 에식스가 상장될 경우 LS와 에식스가 일직선으로 동시에 상장되는 구조가 된다. 소액주주들은 ‘모회사의 가치가 훼손된다’는 우려를 표하며 상장 철회를 요구했고, LS는 이에 대응해 공모주 우선 배정 방안까지 제시했으나 반발을 잠재우지 못했다. 결국 시장의 신뢰가 상장 추진의 전제 조건임을 LS 스스로 확인한 셈이다.
특히 이번 사안은 정부 메시지가 시장에 실질적 파급력을 가진다는 점을 보여준다. 정부와 여당이 중복상장 문제를 경고한 가운데, 대통령이 직접 이를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지목하자 기업은 곧바로 방향을 선회했다. 이는 정책이 단순한 언론 메시지가 아니라 시장 참여자들의 행동을 바꾸는 힘이 있다는 의미다. 다만, 정부의 경고가 시장 신뢰를 강화하는 제도적 장치로 이어져야 한다는 과제가 남는다.
LS는 상장 철회와 함께 주주 환원책을 내놨다. 배당을 전년 대비 40% 이상 늘리고 자사주 50만주를 소각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소액주주를 향한 신뢰 회복의 제스처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상장 철회’ 자체가 아니라, 앞으로 자본시장에서 기업이 어떤 기준으로 자회사 상장을 추진할지에 대한 방향성이다. 정부가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을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번 결정은 LS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증권업계에서는 다른 대기업 자회사 IPO도 당분간 속도 조절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기업의 성장 전략에 부담이 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시장의 신뢰를 높이고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이다. 결국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는 기업의 실적과 성장만으로 달성될 수 없다. 시장 참여자들이 공정하다고 느끼는 제도와 관행이 함께 구축될 때 가능해진다.
LS의 상장 철회는 한국 자본시장이 신뢰 회복을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사건이다. 정부는 단순한 경고를 넘어서 제도적 기반을 강화하고, 기업은 시장 신뢰를 최우선 가치로 두어야 한다. 그때야 비로소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숫자가 아닌 현실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