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부실에 자사주 꺼낸 차정훈 회장…‘주주자산 전가’ 논란 증폭

  • 등록 2026.01.23 18:3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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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1 윤여진 기자 | 실적 회복을 강조해 온 차정훈 한국토지신탁 회장이 자회사 완전자본잠식 사태를 상장사 자산으로 봉합하면서 다시 한 번 지배구조 리스크의 중심에 섰다. 오너 책임은 비켜간 채 자사주를 동원하는 방식이 반복되며 ‘주주자산 전가’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토지신탁은 최근 자기주식 5.89%를 교환대상으로 하는 200억원 규모의 사모 교환사채(EB)를 발행하고, 이를 통해 조달한 자금 전액을 자회사 코레이트자산운용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투입했다. 사실상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자회사에 대한 긴급 수혈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코레이트자산운용은 한때 안정적인 수익을 내던 계열사였지만, 펀드 투자금 반환 소송 2심 패소 이후 대규모 소송충당부채를 인식하며 재무구조가 급격히 악화됐다. 누적 결손이 확대되며 자본총계가 마이너스로 전환됐고, 금융당국 제재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 여파는 모기업 실적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한국토지신탁은 별도 기준에서는 흑자를 유지했지만, 자회사 실적을 반영한 연결 기준에서는 다시 적자로 전환됐다. 본업 회복 흐름이 자회사 리스크로 상쇄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문제의 핵심은 자금 조달 방식에 있다. 자사주는 통상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활용되는 수단이지만, 이번에는 계열사 부실을 메우는 재원으로 사용됐다. 정부와 정치권이 자사주 소각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를 강조하는 최근 흐름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경영 판단 실패로 발생한 자회사 부실을 상장사 자산으로 메우는 구조는 결국 주주에게 비용을 떠넘기는 것”이라며 “오너의 사재 출연이나 선제적 구조조정 없이 자사주부터 동원한 점은 책임경영과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한국토지신탁은 고금리와 공사비 급등 여파로 과거 대비 시장점유율이 크게 낮아졌고, 고정이하자산 부담 역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신용손실충당금 전입 규모도 업계 평균을 웃돌아 재무 안정성이 완전히 회복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잇따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차 회장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도 부담 요인으로 남아 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반부패수사3부는 차 회장의 수십억원대 배임·횡령 혐의와 관련한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힌 바 있으나, 현재까지 구체적인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다.

 

한국토지신탁 측은 “자회사 자본잠식을 방치할 경우 금융당국 제재와 핵심 사업 시너지 훼손 등 중대한 손실이 우려돼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이라며 “교환사채 발행은 신주 발행에 따른 지분 희석을 최소화한 합리적 선택”이라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업계의 시선은 냉담하다. 자본시장 전문가는 “선제 조치라는 표현으로 문제의 본질을 덮을 수는 없다”며 “자회사 관리 실패와 오너 리스크가 반복되는 구조에서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가 핵심인데, 그 부담이 매번 주주에게 돌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여진 기자 016y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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