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1 윤여진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정부 조직 개편을 통해 부활시킨 기획예산처의 초대 수장으로 이혜훈 전 의원을 지명했다. 보수 진영의 대표적인 경제 전문가를 핵심 경제 부처의 수장으로 발탁한 이번 인사는 말 그대로 파격이다. 하지만 이를 대하는 보수 정당의 태도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제명이라는 극단적인 조치와 '배신'이라는 수식어로 점철된 그들의 분노 속에는 정작 국가 경영에 대한 철학은 보이지 않는다.
국민은 지난 윤석열 정권을 기억한다. 당시 보수 진영에는 이혜훈 후보자는 물론, 유승민 전 의원과 윤희숙 전 의원, 유경준 전 의원 등 당대 최고의 실력을 갖춘 경제 전문가들이 즐비했다. 그들은 시장의 원리를 정확히 꿰뚫고 있었고, 국가 재정 운용에 있어 누구보다 날카로운 통찰력을 가졌던 인물들이다. 그러나 정작 윤석열 정권은 어렵게 정권교체에 성공했음에도 그들을 발탁하지 않았다. ‘비윤’이라는 낙인, 계파 정치의 논리에 갇혀 그들의 전문성은 국가를 위해 쓰일 기회를 얻지 못한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보수 정당이 외면했던 그 전문성을 알아본 것은 이재명 정부였다. 기획재정부를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분리하며 국가 재정 개혁의 기틀을 새로 짠 이 정부는, 그 막중한 임무를 맡길 적임자로 진영 너머의 보수 정당의 중진 인사인 이혜훈 전 의원을 선택했다. 이는 유능한 인재라면 상대 당에서라도 데려와 쓰겠다는 실용주의적 결단이자, 보수 정당이 말로만 외치던 능력주의의 실제적 구현이다.
보수 정당은 지금 이혜훈 후보자를 향해 비난을 쏟아내기 전에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자신들이 가진 최고의 자원들을 왜 제때 쓰지 못했는지, 왜 그들을 경쟁 진영이 탐내는 인재로만 방치했는지에 대한 통찰이 먼저다.
유능한 인재가 나라를 위해 일하겠다는데, 그것이 왜 제명의 사유가 되어야 하는가. 이는 보수 정당이 여전히 ‘정권 획득’이라는 정파적 이익에만 매몰되어 ‘국가 경영’이라는 대의를 망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정치는 결국 국민을 위해 유능해져야 한다. 이혜훈 후보자의 발탁을 보며 느끼는 씁쓸함은 보수 정당이 이토록 유능한 이들을 품기에 너무나 좁아져 버렸다는 사실에서 기인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