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전·충청 통합 제안, 수도권 일극 구조 넘는 국가 전략 돼야

  • 등록 2025.12.18 16:3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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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대전·충청권 통합을 수도권 과밀화 해법이자 국가 균형 성장 전략으로 공식 제안한 것은 지방 행정체계와 국가 성장 구조를 동시에 재설계하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다. 정치적 부담이 적지 않은 사안을 대통령이 직접 꺼내 들었다는 점에서, 더 이상 수도권 일극 체제를 방치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결정으로 평가할 만하다.

 

수도권 집중은 단순한 지역 불균형을 넘어 주거·교통·산업·교육 전반의 왜곡을 낳아 왔다. 역대 정부가 공공기관 이전, 혁신도시 조성 등 다양한 대책을 내놨지만 구조적 전환에는 한계를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대전과 충청권을 하나의 광역 단위로 통합해 행정·과학·산업 역량을 결집하겠다는 구상은 기존 처방과는 결이 다른 접근이다. 이미 대전·세종·충남·충북은 생활·경제권 측면에서 상당 부분 연결돼 있으며,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한다면 수도권에 대응하는 새로운 성장 축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특히 주목할 대목은 대통령이 통합 논의를 선언적 차원에 그치지 않고, 지방선거 일정과 연계해 실행 가능성까지 언급했다는 점이다. 통합 자치단체장 선출을 위한 중앙정부의 행정적 지원, 재정 분권과 자치 권한에 대한 특례 검토는 통합이 실질적 혜택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통합의 명분은 국가 균형 발전이지만, 성패는 결국 주민들이 체감하는 변화에 달려 있다.

 

물론 넘어야 할 과제도 분명하다. 행정기관 소재지, 명칭, 권한 배분을 둘러싼 지역 간 이해관계 충돌은 불가피하다. 과거 광역 통합 논의가 번번이 좌초된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그렇기에 대통령이 강조한 ‘정치적 이해관계를 넘어서는 정책적 판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중앙정부의 조정 역할과 함께 지역 정치권의 책임 있는 협력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통합 논의는 또 하나의 구호에 그칠 수 있다.

 

대전·충청 통합은 단일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공간 구조를 어떻게 재편할 것인가라는 근본적 질문과 맞닿아 있다. 이번 제안이 단기적 정치 이슈로 소모되지 않고, 5극 3특을 중심으로 한 다핵형 국가 전략의 출발점이 되기 위해서는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단계적 설계가 필요하다. 대통령의 문제 제기가 실질적 제도 개편과 지역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이제 공은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지역 사회 전체로 넘어갔다.

우태훈 기자 woothoon2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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