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문회를 외면한 쿠팡 경영진, 책임은 더 무거워졌다

  • 등록 2025.12.15 14:4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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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고객정보 유출 사고는 기업의 신뢰를 근본부터 흔드는 중대 사안이다. 이를 점검하고 책임을 묻기 위한 국회 청문회는 정치적 절차를 넘어,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가늠하는 공적 무대다. 그런 점에서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쿠팡 경영진이 선택한 불출석 결정은 매우 유감스럽다.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을 비롯한 핵심 경영진 3인은 해외 일정, 업무 과중, 건강상 이유 등을 들어 국회 청문회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형식적으로는 가능한 선택일 수 있으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중대한 사안 앞에서 이러한 사유가 국민적 공감을 얻기는 어렵다.

 

특히 김범석 의장은 쿠팡의 창업주이자 최고 의사결정권자다. 글로벌 상장사의 이사회 의장이라는 지위는 책임을 회피할 명분이 아니라, 오히려 더 무거운 설명 의무를 요구하는 자리다. 그럼에도 국회와 국민 앞에 직접 서지 않겠다는 결정은 기업 책임을 최소화하려는 태도로 비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이번 청문회의 무게는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 법인 임시 대표에게 쏠리게 됐다. 실무 책임자가 대신 설명하는 구조다. 그러나 국회가 묻고자 하는 핵심은 개별 대응이나 실무 판단이 아니다. 대규모 정보 유출을 초래한 경영 판단과 의사결정 구조, 그리고 그 최종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다. 그 질문의 중심에는 김범석 의장이 있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비판이 이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기업 사고를 넘어 국민 신뢰와 정보 안전의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영진의 불출석은 청문회의 실효성을 훼손할 뿐 아니라, 기업 스스로 책임을 축소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청문회는 처벌을 전제로 한 자리가 아니다. 사실을 설명하고 책임을 인정하며, 재발 방지 대책을 약속함으로써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는 과정이다. 최고 경영진의 불출석은 그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선택이기도 하다.

 

쿠팡은 그동안 혁신과 고객 중심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지금 필요한 혁신은 기술이 아니라 책임에 대한 태도다. 청문회를 피한다고 책임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책임은 더 무겁게 남는다.

우태훈 기자 woothoon2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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