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의 명암] 이커머스 적자의 늪…정용진 리더십 ‘시험대’

  • 등록 2025.12.13 15:53:16
크게보기

시사1 특별취재팀(윤여진·장현순·박은미 기자) |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직접 구상하고 추진해온 ‘신세계 유니버스’ 전략이 중대한 분기점에 서 있다.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통합 유통 생태계를 표방하며 수조 원을 투입한 이커머스 확장이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전략의 타당성뿐 아니라 최고경영자의 판단과 리더십을 둘러싼 책임론이 본격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2021년 이베이코리아(현 G마켓) 인수를 통해 단숨에 이커머스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이는 정용진 회장이 강조해온 ‘신세계 유니버스’ 구상의 핵심 축으로, 오프라인 유통 강점을 온라인으로 확장해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대규모 인수 이후에도 이커머스 사업은 구조적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SSG닷컴과 G마켓은 모두 적자를 이어가며 그룹 실적의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물류 효율화와 비용 절감 노력이 진행 중이지만, 시장 점유율 확대나 수익성 전환의 뚜렷한 성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에도, 차별화를 이루기에도 애매한 위치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시장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 속도와 방향도 점검 대상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쿠팡은 막대한 물류 투자를 바탕으로 배송 경쟁력을 극대화했고, 네이버는 플랫폼·콘텐츠·결제를 결합한 생태계 전략으로 커머스를 확장하고 있다. 반면 신세계 이커머스는 높은 물류 비용 구조를 안은 채 가격과 배송, 서비스 어느 쪽에서도 확실한 우위를 보여주지 못하며 경쟁사 사이에서 전략적 정체 상태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정용진 회장의 의사결정 방식이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공격적인 인수·확장을 통해 단기간에 판을 키우는 전략은 명확했지만, 이후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실행력과 세부 전략은 충분히 정교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투자에 비해 실패 가능성에 대한 대비와 출구 전략이 충분히 준비돼 있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신세계그룹이 알리바바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G마켓의 글로벌 진출을 모색하는 움직임은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라기보다, 기존 전략의 한계를 외부 파트너십으로 돌파하려는 선택에 가깝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이커머스 경쟁력 회복이라는 본질적 과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새로운 확장에 나선다는 점에서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이제 정 회장이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고 지적한다. 적자를 감수하며 추가 투자를 이어갈 것인지, 아니면 사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편하고 선택과 집중에 나설 것인지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오프라인 유통망이라는 신세계의 강점을 실질적인 옴니채널 경쟁력으로 전환하지 못한다면, ‘신세계 유니버스’는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 시장의 판이 빠르게 재편되는 상황에서, 신세계가 다시 한번 방향을 바로잡을 수 있을지, 그리고 그 해법을 최고경영자가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제시할 수 있을지가 향후 그룹의 중장기 경쟁력을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고 했다.

 

윤여진 기자 016yj@naver.com
Copyright @시사1 Corp. All rights reserved.